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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영 |
끝모를 내수 경기 침체의 그늘이 국내 산업의 여기 저기 드리우지 않는 곳이 없다. 수입은 줄고, 물가는 치솟아 “98년 외환위기 시절이 오히려 나았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경기 침체의 그늘은 사회 전반에 두루 드리우고 있지만, 특히 필자가 몸 담고 있는 건설산업은 주변 연관산업 영역까지 포함하면 국민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그 파급효과가 서민경제와 직결된다는 특성이 있어 우선적으로 국내 건설경기가 활성화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필자는 국내 건설산업의 주요한 기초 원자재인 골재를 생산하는 회사에 종사하고 있다. 최근 불황의 여파로 인해 심각한 경영 악화를 겪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한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시점에 필자는 다음에서 산업과 지역, 산업과 관(官)이 협력·상생하는 기업활동에 관해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시대의 화두 ‘친환경’
과거 70년대 개발시대에는 산업발전을 위해 국민 모두가 동참하고 모두가 희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전쟁을 겪은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 신흥 개발도상국으로 비약하는 주요한 원동력은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잘 살아보자”고 투지를 발휘한 점을 꼽을 수 있겠다. 환경, 도시, 빈민, 복지 등의 과제는 먼 나라 선진국에게만 해당되는 과제였고, 우리는 오로지 개발과 성과에 매달려 지난 70~80년대를 살아왔다.
90년대 들어서는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그동안 외면했던 과제들을 주목하게 되면서 가장 이슈가 된 분야가 바로 환경이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양적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여 겪고 있는 공통적인 주제이지만, 환경문제의 극복 성과에 따라 국운의 성쇠가 좌우된다.
채석단지 신청 부쩍 늘어
일반인의 시각에서 산림골재 채취사업을 하며 친환경 개발을 추구한다는 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 산림훼손과 친환경이 선뜻 조화되기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 넓혀 바라보게 되면 결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아니다. 산업분야에서의 친환경 의미는 ‘보전·복원을 고려한 최소한의 개발’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골재산업 분야에도 반영되어 최근 1~2년 사이 채석단지 지정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채석단지 지정 신청사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채석단지를 지정받는 것이 개별 토석채취허가를 받기보다 쉽기 때문에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채취하고 있던 산지를 활용하여 신규 산림훼손을 줄이고, 개발되는 채석단지는 단계적으로 철저히 복구하게 하여 개발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병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속된 말로 ‘돈 되는’ 개발에는 힘을 기울이고 ‘돈 안되는’ 복구에는 소홀했음을 많은 사례에서 보아왔고, 인허가의 어려움으로 인해 단기간 개발하다가 포기하거나 산지를 옮기는 경우가 많아 투자 손실뿐만 아니라 어려운 인허가가 결과적으로 새로운 신규 산림훼손과 소규모 난개발을 조장하는 폐단으로 이어졌다.
결국 정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훼손된 산지를 활용하고, 대규모 채취가 이루어질 수 있는 산지를 선정해 비교적 장기간 개발을 보장하는 대신 허가조건으로 꾸준히 중간복구를 시행하도록 하여 개발과 환경보전을 병행할 수 있도록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골재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가 골재산업의 거점화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장기적인 개발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골재산업의 기업 활동방식에도 다소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산업활동으로 인한 지역주민과의 갈등은 일회적 해결방식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개발 역군으로서 지역발전 첨병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을 하는 동안은 지역주민에 대한 지원과 안정적인 고용창출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또한 개발을 마치고 조성된 부지에 대한 도시계획에 대해 지역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여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용방안 수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지역주민과 함께 개발하는 모델을 창출하고, 개발 종료 후 지역특성에 맞춘 부지활용으로 장기적으로 지역에 천착할 수 있는 방안들이 고민된다면 채석단지 개발이 지역발전의 호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명품신도시 양주’를 위하여
이미 조성된 회천·옥정지구 택지개발 뿐만 아니라, 향후 광석지구와 백석지구 개발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양주는 명실공히 중견신도시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 여름 39번 국지도 송추~홍죽산업단지 도로건설공사 MOU 체결 소식은 그래서 반가웠다.
이처럼 ‘명품신도시 양주’ 건설에 전체 골재산업 부문이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면, “골재산업은 주변에 피해만 준다”는 식의 오래된 낡은 관념이 불식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지혜로운 공존공영 모델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