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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소백산행 일기(抄)
소석(小石) 김영덕
  2011-11-08 11:19:53 입력

푸른 하늘에 떠도는 흰 구름숲을 헤치고 멀리 눈에 들어오는 산과 산은 마치 해무에 쌓인 섬들 같아 이는 산에 온 것이 아니라 광활한 바다에 나와 있는 듯하다.
진경산수ㅡ 필묵으로 그려내는 산수화의 여백과 그 가득 참이 함께 어우러져 펼쳐지는 것이다.
안개에 쌓였던 산봉우리는 어느덧 바람의 파도에 밀려 섬이 되고 끈적끈적한 돌풍의 해일에 휩 쌓여 순간 순간 다시 봉우리가 되고 한 폭의 산수화 속의 한 획이 되어 스스로 흐르는 찰나의 정적과 굉음 틈에 섞여 절로 자연이 되는, 느껴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산의 맛을 알겠는가 
 
운무로 그리 자주 접하는 풍광이 아니라서 이리 좋은 날, 소백산 비로봉에 서면 오름의 고통보다는 가슴 터지는 용트림(?)의 즐거움으로 순간을 맞게 한다.
멀리 북서쪽 월악산 영봉과 북편 금수산의 여성미 흐르는 자태를 보듬듯 두 팔을 벌린 소백은 어쩜 두 자매를 품에 안은 어미 같다고나 할까

소백산은 글자 풀이로 작은 산이라 언뜻 생각할지는 몰라도 민족 정령의 백두산 버금가는 정기 서린 산이란 뜻이 다름이 아닌 것은 조선 중기 대 예언가인 격암 남사고가 소백산을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백두산 장군봉부터 지리산 천왕봉까지의 백두대간(1,625km)의 허리 부분인 45km의 이 소백산 주봉인 비로봉은 연화장 세계에 살며 그 몸은 법계에 두루 차서 큰 광명을 내비치어 중생을 제도하시는 부처님, 비로자나불의 다른 이름이듯 알현하기 위해서는 큰 중생이라도 새밭(어의곡 탐방로)에서는 오체투지의 경건한 몸가짐(?)으로 4,700m를 수행하여야 1,439m을 오를 수 있다.

많은 탐방객이 찾고 있는 이 소백산을 일컬어 한국의 알프스라 하듯 여름 산이라기보다는 겨울 산 일성 싶다.
눈이 쌓이고 쌓이면 칼바람이 만들어 내는 형형색색의 상고대 숲과 늘상  푸르러 항심(恒心)을 불러일으키는 조릿대(山竹)지대를 지나면 남쪽으로는 낙동강, 북으로는 한강의 원류를 탄생시키는 마루금 등줄기에 서게 하여 주봉의 자매들인 국망봉, 연화봉, 도솔봉, 묘적봉 그리고 신선봉, 형제봉을 한 눈에 조견할 수 있다.
소백산은 흙산의 부드러움과 우아한 곡선미로 봄이면 철쭉 등이 만개, 왜솜다리를 비롯한 깃대종인 모데미 풀, 천연 기념물인 주목 군락 등 아고산지대의 천연림이 아우러지는 국제 국립공원 규격으로 인위적인 형질 변경없이 있는 그대로의 보전자원의 산인 것이다.
 
불가와 인연이 깊은지 묘적은 삼매경의 오묘한 경지를 위한 참선을, 장차 부처가 될 보살이 살 곳이란 도솔, 그리고 염화시중 가섭의 연화봉.... 마치 소백산 품안은 사바의 도피안인 도량의 뜰을 걷는 듯하다. 마음이 흔들릴 때 침잠의 고요를 안겨 주는 산행이 행복하거니와 필요한 사람에게 보여 주고 싶고 내어 주고 싶은 곳이다. 어느 시인 묵객이 산행도 시가 되리라 했지만 시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색에 빠져야 할 것 인가.
산을 오르면서 시어(詩語)를 생각하기보다 항심으로 가야함이 옳은 산행이 아닐까 싶다. 소백은 장중하고 깊이가 있어 속보로 오를 산이 아니라  느리고 우아하게 연주되는 음악의 아다지오 선율처럼 만보로 주위를 마시고 읽고 들으며 자유자적하며 올라야 하는 산이기 때문이다.

        언젠간 가벼우이 오를 날 있으련만
        낮추어 오를수록 한 생각 무거운데
        산행(山行)이 시(詩)가 되리란 그 사람은 누군가

봄의 전령인 산수유, 생강나무의 노란 꽃으로 봄을 열고 여름 하여 한로, 상강을 지나는 동안 노란 낙엽으로 흘러가는 소백을 보노라면 어느 새 마음은 겨울로 치달아 날리고 쌓이는 하얀 눈을  듣고 본 난고 김삿갓의 봄을 기다리는  싯귀가 절로 생각 키운다.

눈을 밟으면 뽀드득하며 으깨어지는 소리를 경칩의 개구리 울음으로, 휘 날리는 눈발을 봄 나비춤으로  노래했듯 겨울이 시나브로 다가오면  올수록 봄을 가슴으로 곱게 익히고 있는 몽블랑 소백산이 더욱 선연하게 다가온다.

소석(小石) 김영덕

- 충북 단양 출생
- 시조문학 2회 천료
- 씨얼문학회 동인
- 한국문인협회 회원
- 사단법인 한국시조문학진흥회 명예 이사장
- 계간 <시조문학> 편집위원
- 현)소백산국립공원 지킴이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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