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임기 내내 온갖 구설수에 올랐던 한나라당 김성수 국회의원(양주·동두천)이 급기야 ‘매국노’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지난 11월22일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 처리할 때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김성수 의원은 그동안 ‘농민당원’임을 자저해왔다. 국회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임기 4년을 한 상임위, 바로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보내는 특이한 경력도 쌓았다. 그런 사람이 한미 FTA가 발효되면 농민이 죽어나갈 것이라는 우려는 아랑곳 없이 ‘날치기 FTA’를 찬성했다. 이에 따른 지역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매국노’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김 의원은 언론관련법, 4대강 예산,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안, 친수구역 특별법 등 한나라당이 날치기를 밀어붙일 때마다 ‘거수기’ 역할을 해왔으나 이번처럼 지역민들의 즉각적이고도 강도 높은 비판과 저항은 직면하지 않았다. 임기말 최대의 시련이자 차기 선거도 보장받지 못할 위기인 셈이다.
김 의원은 그동안 각종 구설수에 오를 때마다 입을 굳게 다물었다. 공인으로서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언행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이를테면, 지난해 지방선거 때의 금품수수의혹과 공천파동 및 ‘뽕’ 발언, 후원금 사건으로 인한 진성복 도의원의 구속과 양주축협의 시련, 지난 여름 수해 때 기소중지자의 초대로 중국여행을 다녀온 일, 처남의 부동산 특혜비리의혹, 보좌진들의 양주시 채용과 각종 추문, 정치활동에 공무원들을 동원한 사건 등등 무수한 일들이 벌어졌으나 속시원한 공개입장은 없었다. 그저 의뭉스럽게 비판을 깔고 앉아 묵살하기 일쑤였고, 소나기만 피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차원이 다르다. 국가적 존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나라당 당론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거나, 농민과 중소 상공인 등 서민들의 피해대책도 마련됐으니 걱정할 게 없다는 따위 입장이라도 시민들은 듣고 싶어한다. 그것은 바로 시민들의 삶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김 의원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당연한 권리다. 이번마저 피해가서는 정녕 돌아올 길이 없다. 이제는 굳게 닫힌 입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