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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화 |
16년째 극단을 운영하며 연극에만 몰두하던 제가 처음으로 영화를 생각하게 된 동기는 엄마 때문이었습니다. 2005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혈관성 치매에 걸려 벌써 6년째 고생하시는 엄마, 더 기억을 잃기 전에 기념영화를 만들고 싶었지요.
제 엄마는 일제시대부터 머리에 꽃을 달고 공연을 다니셨답니다. 그런 엄마의 피를 물려받은 자식으로서 엄마를 위해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영화를 만드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그냥 기념으로 간직하려던 영화가 국제영화제에 진출하게 된 동기는 촬영을 맡아줬던 감독님의 권유였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여자가 여자에게’입니다. 딸이 아닌 여자가 엄마가 아닌 여자에게 드리는 즐거운 선물! 이것이 바로 주제였습니다.
49세에 혼자 되신 엄마를 난 왜 여자로 봐드리지 못하고 그저 일 잘하는 아줌마로만 여겼을까? 엄마가 아프고 나니 그런 후회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영화는 엄마를 휠체어에 모시고 파고다공원으로 가기 위해 곱게 화장시켜드리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것은 실제로 2006년에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지요.
사람은 늙으나 젊으나 아프거나를 막론하고 죽는 순간까지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저의 마음을 묵묵히 담아냈지요. 피곤해하시는 엄마를 살살 달래가며 찍었던 영화! 엄마가 주인공인 영화가 커다란 스크린에 비춰지는 순간 너무 행복했답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주최측에서 마련한 관객과의 대화시간이 있었는데, 헝가리에서 온 감독님이 그러더군요. “우리 헝가리에서는 부모님의 이성친구를 구하러 공원으로 나가는 자식들은 없다. 이것은 정말 전세계의 자식들이 보고 깨달아야할 영화다”라고요.
본선에 진출한 국내외 54개 작품들을 비집고 들어가 5개의 상 중 하나를 거머쥐기란 바늘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고, 출전한 젊은 감독들이 영화를 너무 사랑하고 외국에서 또는 국내에서 수년씩 영화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라 일찌감치 포기하고 무조건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해주려고 했었는데 이런 상을 받다니 너무 행복했습니다.
국제경쟁부분에서 상의 내용은 에니메이션과 실험영화부문을 빼고 대상 1, 최우수작품상 국외 1·국내 1, 관객심사단상 1, 그리고 단편의 얼굴상 1인데 저는 연기를 잘한 사람에게 주는 단편의 얼굴상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축제에 참가하여 아름다운 상을 받은 이 기쁨과 영광을 모두 엄마에게 돌리면서 제 영화를 보러 와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어머니를 여자로 아버지를 남자로 한번만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모두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