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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민/외과전문의 |
초조함, 설레임, 불안함, 은근한 기대감, 고독감, 아쉬움….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에게는 이러한 대립되는 감정들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모락모락 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변덕스런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일까. 연말이면 우리는 이런저런 모임을 기웃거리며 이러한 종잡을 수 없는 감정에 시달리는 마음을 달랜다. 이렇게 분주히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면 많은 경우 우리와 부쩍 친해지는 친구가 있다. 우리를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는 친구. 바로 술이라는 친구다.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은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평상시 중추신경계는 우리의 본능을 적당히 억제하고 있는데, 알코올에 의해 이러한 중추신경 기능이 저하되면 본능을 억제하는 기능이 약해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사람을 보다 더 느슨하게 만들어 그 사람의 잠재된 성향이 표출되게끔 한다. 즉, 술은 중추신경의 억제기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서는 음주 다음 날 숙취 등으로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으려면 1일 알코올 섭취가 50g이 넘지 않도록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알코올 50g은 맥주(500cc) 2잔 또는 막걸리(760㎖) 1병, 소주(360㎖) 2/3병, 위스키 3잔에 해당하는 양이며, 소주와 맥주를 혼합한 폭탄주의 경우 3잔을 마시면 1일 알코올 적정 섭취량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양은 개인차가 있으며,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음주량과는 별개다.)
공복상태에서 음주를 하면 알코올의 장내흡수율이 높아져 빨리 취하게 된다. 따라서 빈 속에 음주를 하는 것을 피하고, 음주시에는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식약청은 조언한다. 또한 위에 부담이 없으며 자극적이지 않고, 수분이 많으며 칼로리와 기름기가 적은 수육, 생선회, 두부류, 생선류 등 저지방 고단백질 식품을 섭취하고, 비타민과 무기질 함량이 높은 야채 과일류를 같이 섭취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되어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친목을 돈독히 하고자 술잔을 돌리는 습관이 낭만적인 것처럼 비쳐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행위는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보건위생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술잔돌리기를 하게 되면 호흡기 질환, A형간염, 심지어는 위장에 서식하는 헬리코박터균 등도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술잔돌리기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겠다. 단, B형간염은 술잔을 돌리거나 음식을 같이 먹는다고 해서 전염되는 것은 아님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대부분의 약은 술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감기나 알레르기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복용하는 항히스타민제들은 대개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이러한 약은 역시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술과 함께 복용하는 것을 피하는 게 안전하다. 또한 우울증 치료제나 항불안제도 약효가 과도하게 증가되므로 복용기간 동안 음주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세트아미노펜, 아스피린 등의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장기간 술을 섭취하면 간 손상과 위장관출혈 등의 부작용이 발생될 가능성이 증가함으로 주의하여야 한다. 무좀약인 케토코나졸을 복용하면서 음주를 할 경우에는 오심, 구토, 복부경련, 두통, 홍조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러한 약을 복용할 때는 복용 후 적어도 3일 동안은 음주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