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삶은 누구에게나 늘 쓸쓸하기 마련이다.
평생 살아온 삶을 접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주된 원인이기도 하지만, 계획만 거창하게 세워놓았지 아직 이루지 못하고 책갈피 속에만 적어둔 수많은 꿈들은 이제 점점 희망사항으로만 남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원했든 말았든 더불어 살며 어울렸던 수많은 지인들, 미운 정 고운 정 다 져버리고 누가 먼저일지도 모른 채 눈에서 멀어지면 그만인 것을, 사랑했던 사람들 멀리 떠나보내고 쓸쓸한 세월 지키노라니 지난 추억만큼이나 피해갈 수 없는 과정에서 몸부림친다.
그대 말없이 떠나간 정을 나눴던 사람들에게 아무런 도움주지 못한 왜소함이 짝 없는 삶에 맞닫뜨려지는 일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사실은 두렵기 까지 하다.
늙음, 질병, 가난, 외로움, 그리움, 기다림, 추억, 상처, 이 많은 단어들이 더욱 더 이 계절을 움츠려 들게 만든다. 더러는 계획된 삶을 준비하여 풍요롭게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가끔 고향 길에 들리는 마을회관 앞에서는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올 사람 없어도 가고 오는 사람들 구경을 낙으로 삼는 노인들도, 젊은 시절 너도나도 고향 등질 때 부모님 모시고 그냥 그대로 전답 지키며 살이온 어른들이 대부분으로, 고향의 어르신들을 대할 때마다 이토록 만감이 교차되어 쉽게 생각을 접을 수 없음도 이 때문이다.
이웃집 할아버지 내외는 벌려놓은 일이 잘못되어 가정이 풍비박산 되어, 부부라도 한집에서 살 수 없어 떠난 아들과 며느리를 대신해 손자들 키우느라 땅 꺼지는 한숨소리 그칠 날 없고, 늘그막 고생줄에 온갖 경험 다하시며 가난의 늪에서 오늘도 허덕이며 산다.
서울 탑골공원을 가도 종로3가 전철역 구내에도 넘쳐 나는 할아버지들, 그분들도 한 때는 한 가닥하던 빛나는 젊음이 있었을테지만, 가는 세월 어쩌지 못해 지금은 거리를 배회하며 기약 없는 하루를 내팽개치고 살아가고 있다.
서울이나 시골 어디를 가도 노인들은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도 어깨 처진 서울보다 시골에 가면 확실히 다른 일하는 노인들을 만나게 된다. 지난 세월만큼이나 넉넉한 미소 뒤에는 제 몸 하나 추스리는 기운만 가졌어도 잠시 잠깐도 놀지 않고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 논밭 한 뙈기 없어도 하고자 하는 의욕만 있다면, 돈 많은 주인이 팽개친 전답이나 일손 모자라 묵히고 있는 노는 땅에 상추 정도 심어 소일거리 만들 농토는 곳곳에 널브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도 부지런한 노인네들은 시골 장날이면 정성껏 키운 상추랑 감자 고구마를 한 소쿠리 짊어지고 장터에 내다 팔아, 용돈도 마련하고 매일 아침 손 벌리는 손자들 입을 틀어막기도 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시골은 항상 푸짐해서 좋다.
불편한 몸 이끌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장 구경 나오는 할머니도 만 날 수 있고, 생활이 힘들고 복지회관 하나 없어도 시골 사시는 노인들은 넉넉한 미소를 띠고 언제 보았는지 지나는 사람들 붙들고 안부를 묻는다. 때문에 시골 계시는 노인 분들은 은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일 손 놓으면 죽는 줄 알고 살았기에 기력이 쇠퇴하여 문지방 넘을 기운만 차려도 채소밭 가꾸고 시장도 다녀오고 한다.
그러기에 시골 살다보면 노인네들은 나이를 잊고 산다. 금방 죽을 병 아니고는 어느 농작물이든 다 때가 있는지라 씨 뿌리지 않았으면 몰라도 뿌린 날부터는 김도 매고 물도 주며 돌봐야 잘 크니까, 첫째 심심하지 않고 움직이니까 운동을 자동으로 하게 되어 노인들이 나이 들면 시골에 내려가 텃밭 가꾸고 싶어 하는 심정을 알 것만 같다. 때문에 노년은 두려움이 아니라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나 주어진 값진 삶이기에 욕심 부리지 말고 물 흐르듯 자연 따라 살아가면 좋은 것이다.
법 없이 살아가는 시골 노인들도 분명히 원칙은 있는 법이다. 욕심내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데까지 움직이며 산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삶이 행복해야 그 뒤를 따라가는 젊은 세대들의 앞날도 계속 이어질 것이므로, 우주 만물의 삶은 따로따로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우리 모두의 희망사항이자 긍정적인 목표다.
늙어가면서 일하는 재미로 사회나 주위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려면 항상 연구하고 눈감을 때까지 고민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