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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수와 강성종 |
바둑에서 싸움이나 집 차지에 유리하도록 초반에 돌을 벌여 놓는 일을 포석이라 한다. 앞을 보고 미리 손을 쓰는 일이다. 장기를 잘 두려면 상대방의 수를 먼저 읽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 김성수 국회의원(양주·동두천)과 민주통합당 강성종 국회의원(의정부을)의 도박에 가까운 정치적 승부수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선거운동에 올인했던 김성수 의원은 지난 2월9일 ‘새누리당 쇄신의 밀알’을 자처하며 갑자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명분은 “새누리당이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기를 기원”하며 “젊고 진취적이고 새로운 정치인”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곧이어 김성수 의원 보좌관인 김성원씨가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3월12일 새누리당은 이세종 양주미래발전연구소 이사장을 양주·동두천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했다.
이세종씨는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 때 양주시장에 출마했으나 김 의원으로부터 공천을 받지 못했고, 2008년에는 김 의원과 국회의원 공천경쟁을 벌였으나 역시 실패했다. 그동안 공·사석에서 ‘반김성수의 기치’를 높이 세운 인물이다. 이씨가 공천을 받음에 따라 목요상 전 국회의원, 임충빈 전 양주시장, 이항원·유재원·박수호·이익훈 전 경기도의원 등 ‘반김성수’ 새누리당 세력이 집결할 명분이 생겼다.
김 의원이 김소남 국회의원(비례대표)이나 김성원 보좌관의 출마를 독려한 것은 본인이 각종 악재로 공천이 불투명하고, 본선에서의 당선 가능성도 희박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본인을 대신할 후임자, 즉 섭정과 상왕정치가 가능할법한 인물을 내세워 당선시키려 했을 속마음(?)이 여지없이 물건너갔다. 양주시장 출마설도 허풍으로 끝날 것이다. 지역 당권도 이세종씨에게 빼앗기게 됐다. ‘반김성수’ 새누리당 세력의 결집으로 설 곳도 잃게 됐다. 4년의 영달이 수를 잘못 써 몰락하는 순간이다.
강성종 국회의원도 3선 도전에 집중하다 3월5일 ‘야권연대 불쏘시개’ 명분으로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과 MB정부를 심판하고, 12월 대선에서 국민의 명령에 따른 진정한 민주정부가 수립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신흥학원 교비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어서 당 내외의 공천불가 압력에 시달렸다. 설사 당선되더라도 보궐선거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의 승부수는 지역 당권 도전자들인 박세혁, 이민종, 임근재, 장화철, 정희영 예비후보를 일거에 제압하는 효과를 거뒀다. 대법원 판결 전까지 당권을 유지하면서 총선과 대선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까지다. 결과에 따라 정치생명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복권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어쨋거나 3선 도전에 실패한 강 의원은 좌절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추가적으로, 신흥학원이 문제다. 강신경 전 이사장 아들인 강성종 의원의 정치생명이 위태하니 말이다. 3선 국회의원이 탄생했더라면 권력 안전판이 더욱 공고해지는 경사였을텐데 하루 아침에 초상집 분위기로 변했을 터다. 물론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니 쉽게 절망하지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