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면 삼하리 정순호 영농회장

총영농회장이 영농회의 머리라면 각 지역 영농회장은 손발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주시 장흥면 정순호(59) 삼하리 이장 겸 영농회장의 스쿠터는 주민의 발이다.

아직 자동차가 많지 않던 87년, 농협과 면사무소 등 관공서와 거리가 멀던 삼하리 주민들을 위해 정순호 영농회장은 전기·전화요금 납부 등 온갖 심부름을 스스럼없이 처리해줬다.

“지금도 재산세, 자동차세 등을 맡기는 분들이 있어요. 노인만 계시는 곳에는 비료나 농약 등을 가져다주고요. 주민이 뽑아준 이장이고 영농회장인데 주민의 발이 되어야지요.”

잠시 몇년 쉰 적도 있지만 정 회장의 영농회 사랑은 여전하다. 공과금 심부름 외에도 농협에서 나오는 비료나 농약 등을 마을 창고로 수송하고 있다.

“일단 농협이 멀리 있으니까 한번 가서 물건을 사려면 한나절이 넘어요. 바쁜 농사일에 일일이 그럴 수 있나요. 마을 창고로 옮겨서 판매하고 농약 주문도 대신 받아주고 하니 저마다 시간 절약이 얼마나 많이 되겠어요.”

그러나 삼하리가 고향인 정 회장은 최근 수해로 피해를 입은 이웃들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98년에 큰 수해가 나고 이번에 또 일을 당했어요.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어쩔 수 없지만 어떻게 보면 인재죠. 자기 땅을 매립하더라도 이웃을 생각하고 서로 신경을 써줬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몇몇 주민과 시에서 논밭을 매립하며 배수구 등을 소홀히 하여 역류한 물이 이웃의 비닐하우스를 덮친 일을 말하며 심란한 얼굴이 된다.

정 회장은 영농인의 입장에서 당면 과제로 친환경 농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리농법 등 유기농을 살려야 해요. 오리로 농사를 지으면 간혹 산짐승이 잡아가는데 그것도 보완해야겠지요.”

또한 지역의 한사람으로서 삼하리를 얽매고 있는 상수도보호구역, 그린벨트 등이 해제되면 농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겠냐고 기대한다.

“난개발은 필요하지 않지만 주위와 균형은 맞아야지요. 농민들도 규제에서 벗어나 남들만큼의 윤택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농민이 좀 더 여유 있고 강해져야지 농업개방 어쩌고 해도 친환경으로 맞설 수 있습니다. 농사는 계속 되어야 해요. 우리 먹을 것은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합니다.”

오늘도 정순호 삼하리 이장 겸 영농회장의 스쿠터는 열심히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