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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민/외과전문의 |
공부에 찌든 기색이 역력한 고3 남학생이 진료실에 찾아온다. 유독 호리호리한 체격에 키가 큰 이 학생은 딱히 다친 기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발생한 가슴의 통증 때문에 괴롭다. 통증이 심해지면서 숨이 차오고 이유 없이 기침도 나온다고 한다.
신속히 X선 촬영을 해 보니 폐에서 공기가 새어나오는 기흉이라는 병이 발견된다. 당장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의 학생은 치료를 머뭇거린다. 수능시험일이 코앞에 다가온 시기이기 때문이다. 같이 오신 학생의 어머니도 선뜻 입원을 결정하기가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른다. 아! 정말 얄미운 병이 아닐 수 없다. 이보다 더 난감한 상황이 또 있을까.
기흉은 폐의 일부에 구멍이 열려서 이곳으로부터 공기가 새어나오는 병이다. 이렇게 공기가 지속적으로 새어나오게 되면 가슴내 공간에 공기가 차게 되어 통증이 발생되고 더욱 진행됨에 따라 빠져 나온 공기에 의해 폐나 심장 등의 중요한 장기가 압박을 받게 되어 호흡곤란등의 증세가 발생되는 순서를 밟게 된다.
위의 학생의 경우처럼 대체로 날씬한 체격의 10대 또는 20대 남성에서 기흉이 잘 발생되며,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기흉은 여성에 비해 남성에서 6배 정도 더 많이 발생되고 전체 연령 중 10대에서 가장 많이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흉은 그 발생 원인에 따라 자연기흉과 외상성기흉으로 나뉘며 자연기흉은 또 특별한 원인없이 발생되는 1차성 기흉과 기존에 있던 폐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되는 2차성 기흉으로 분류된다. 위의 학생의 경우는 전형적인 1차성 자연기흉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기흉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병원이 아닌 곳에서는 진단 및 응급치료가 쉽지 않다. 따라서 위와 같이 기흉 증상이 의심된다면 병원에 방문하여 X선 검사 또는 CT 검사를 시행하여 공기가 새어나온 것을 확인하여야 한다.
기흉의 치료에 있어서는 우선적으로 새어나온 공기의 양이 중요하다. 새어나온 공기의 양이 많지 않은 경우 일단 입원 후 산소호흡 치료를 하여 새어나온 공기가 저절로 흡수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새어나온 공기의 양이 많을 경우 즉시 굵은 관을 가슴에 삽입하여 공기를 인위적으로 빼내게 되며 일단 삽입한 관은 바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고 수일동안 삽입한 채로 유지하게 된다. 또한 초기 산소치료로 기흉이 호전되지 않은 경우도 2차적으로 관을 삽입하는 시술을 하게 된다.
모든 기흉에 대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1차치료 후 경과에 따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위와 같은 가슴관 삽입 등으로 기흉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부득이 수술을 시행하여 폐의 문제부위를 제거해야 하며 재발성 기흉의 경우도 CT 검사 후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