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송일락/양주사랑교회 목사 |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가 있습니다. 길을 가던 나그네가 마을을 찾지 못한 채 밤을 맞게 되어 잔디가 있는 길가의 묘지에서 밤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누구의 무덤인지도 모르고 잠을 청하는데 저만치 해골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못 본채 하고 잠을 자려는데 “여보시오. 허락이나 받고 잠을 자야지”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는 소스라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때 다시 “내 말이 안 들리오?”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놀랍게도 해골이었습니다.
“그래, 해골인 당신도 말을 하오?”라고 놀라 말했습니다. 나그네는 밤새 해골로부터 그의 살아 생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새 날이 밝아오자 “밤새 적적하지 않게 보내 고마웠소”라고 나그네는 해골에게 인사를 하고는 동네로 내려왔습니다.
해골과 말을 했다는 이야기는 사방으로 퍼져 나가 임금에까지 소식이 닿았습니다. 이상한 소문이 나라 안에 퍼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임금은 나그네를 불러다가 다짐을 받았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냐? 만일 사실이 아니고 거짓이라면 네 목이 달아날 줄 알아라.” 거듭되는 다짐에도 사실이라고 하여 임금은 신하를 보내 사실을 확인하라고 명하였습니다. 신하들과 함께 나그네가 그 무덤을 찾자 여전히 해골 하나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나그네는 반가운 마음에 “여보게, 날세!” 하며 해골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해골은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나그네는 다급하게 “여보게 내가 왔네. 뭐라고 말 좀 해보게. 내 목이 달려 있는 일이라네.” 소리쳤습니다. 밤을 새우며 말을 걸어도 해골은 묵묵부답,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괜한 헛소문을 퍼뜨렸다는 죄로 나그네는 묘지 옆에서 즉시 처형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그네의 시신이 해골 옆에 버려졌을 때 그제야 해골이 나그네에게 입을 열었습니다. “여보시오. 다시 보게 되니 반갑소.” 죽은 나그네는 기가 막혔습니다. 화가 잔뜩 난 나그네가 “아까는 왜 잠잠했느냐?”고 해골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해골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함부로 말하고 지껄이면 화를 받게 되어 있네. 자네는 안됐지만 나는 이제 두고두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한명 생겼으니 고마워.” 나그네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갑니까?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지켜야 할지, 말아야 할지 또 어떤 영향을 줄지, 살리는 말인지, 죽이는 말인지 모르고 속에 있는 울분들을 토해내고 있습니까? 한 번쯤 걸러내고 정리하여 아름다운 마음의 표현으로 소통의 삶을 살아갑시다. 형형색색으로 수 놓아가는 아름다운 꽃처럼 깊숙하게 숨어 있는 가장 아름다운 표현으로 내 주위를 무지개 빛으로 만들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