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아프다. 화장실은 꽉 찼다. 줄도 길게 서 있다.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길바닥에 앉아 일을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진다. 줄을 선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화장실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말로 재촉한다. 결국 남들보다 먼저 시원하게 일을 본다. 그런데 화장실 안에서 전화도 하고 신문도 본다. 양보해준 사람들이 바지에 싸건 배를 잡고 괴로워하건 안중에 없다. 거기서 끝이다. 화장실을 나와서는 인사 한마디 없다.
도대체 어떤 인종들이기에 이렇게 후안무치인가. 바로 정치라는 ‘마약’에 빠진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얼굴이 달라진다. 생리현상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생리적으로 후안무치한 자들일까? 속는 셈 치고 한 번 더 믿어줘 봤더니 역시나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많은 정치인들이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열심히 해댔다. 본인의 표밭갈이는 물론 각 정당이 국민과의 소통 의지라며 SNS지수를 공천기준 중 하나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죽었다. 본인이 글을 직접 작성하지 않는 자들도 있었으니 오죽할까 싶다.
10명에 2~3명 수준이 지금까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활용할 뿐이다. 그나마 온라인 인맥과 소통하고 글 올리는 횟수는 선거 전보다 대폭 줄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이리 다르다. 선거 와중에는 얼마나 또 단맛 나는 말들을 쏟아냈는가. 이런 자들이 공약을 제대로 지켜내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을 진심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싶다.
또다시 선거 때가 되면 인터넷을 헤집고 스마트폰에 코를 박을 것이다. 본인이 못하면 아르바이트를 시켜서라도 SNS를 활성화하는 척 할 것이다. 속보이는 그 뻔뻔한 짓들을 반복하는 게 바로 정치인들이다. 국회의원 부류들만이 아니다. 시의원, 도의원, 시장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최근 ‘시장이 총선 전에 내뱉은 약속을 지키라’는 현수막이 시내 여기저기 나붙었다. 장례식장·차고지 사건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어떻게 다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