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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엄마가 알지요”
김예태/문예샘터 자문위원
  2012-06-07 18:11:51 입력

한국인 유학생이 올해 하버드대학교 수석졸업의 영광을 차지했다고 한다. 나는 그가 4.0 만점에 4.0의 학점을 받았다거나 최우수 졸업논문상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교양생물학 수업에서 쓴 에세이가 학부 1학년 교재로 채택되었다는 데에 더욱 관심이 갔다.

그리고 그 관심은 초등학교 6학년인 어린 나이에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로 이어졌다. 이역만리 머나먼 땅에서 어린 나이에 홀로. 나는 이 ‘홀로’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홀로’라는 단어에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왔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에 지닌 마음이 있었을 테고, 지닌 마음을 위해 값진 시간을 보냈다는 뜻이며, 지닌 마음을 자신의 길로 믿고 갔다는 뜻이 들어있다. 말하자면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이끌어왔다는 증거이다. 이것이야말로 7차 교육과정에서 지향하고 추구하는 재량학습이요, 자기주도적 학습의 태도가 아니겠는가!

연전에 초등학교 1학년 학생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20년 후에 넌 무엇이 되어 있겠니? 그 20년 후의 네가 지금의 너에게 도움말을 주는 편지를 써보겠니 하고 말했다. 그러자 “내가 원하는 나요, 엄마가 원하는 나요.”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나는 한순간 당황했다. 내가 원하는 나와 엄마가 원하는 나라니…. 이 천진한 어린 아이에게 자신의 미래가 둘이나 있어 갈등을 겪고 있다니. “물론 네가 원하는 너지”라는 나의 대답에 “아싸! 나는 가수가 돼야지.” 아이는 마치 꿈을 이룬 것처럼 좋아했다.

그리고 미래의 가수는 가수가 되고 싶은 아이에게 가수가 되기 위해 기울여야 하는 노력, 방법, 체력 관리, 목소리 관리, 나중에는 화장술에서 팬 관리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일러주느라 주어진 지면이 모자라 별지의 종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러면 엄마가 원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고 지나는 말처럼 물었더니 아나운서란다. 그 아나운서는 어떤 도움말을 줄까? 하는 물음에 아이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대답한다. “그건 엄마가 알지요.”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띵했다. 아주 중요한 어떤 세상을 놓치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를 말 할 수 있는 창조적인 사람,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라고 하면서 그것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신을 관리하는 진정한 자유인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아이들이 순수하게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이 자신의 문제일 때다. 어른들의 결정에 따르는 꼭두각시 같은 놀음은 마음으로부터 멀리한다. 그러므로 최고의 교육자는 앞에서 끌어주지 않고 제 나이에 맞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이다. 결국 참된 교육은 집어넣어 주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내 주는 것이며 진정한 교사상은 많이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알고 싶어 하도록 자아를 북돋아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또 했다.

나라는 눈부신 발전을 하여 저 앞에 가고 있는데 고삐를 이어 잡아야 할 인재를 배출하는 교육은 좌충우돌하며 끊임없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엄마들은 더 많이 집어넣어 줄 것을 확신하면서 소수정예의 사교육으로 모여들고, 매스컴은 입시문제가 나올 때마다 사교육의 대표자를 먼저 모셔다가 진단을 청하고 처방을 받는다. 왜곡된 교육관으로 학원강사와 교사를 저울 위에 올려놓고 저울의 기울기를 들여다보는 학부모나 학생들의 시선을 바라볼 때면 참으로 안타깝다

하버드대학에서 수석졸업을 한 진권용씨의 놀라움은 그가 보여준 결과물에도 있지만 결과에 이르기까지 자기주도적 학습에 노력을 기울인 참다운 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생각해보자. 오늘날과 같은 입시위주의 교육 풍토에서 자라난 우리의 대학생들에게서 과연 학부의 수업에 쓰일 만한 에세이가 나올 수 있겠는가.

바로 된 공교육이 없는 나라는 참다운 인재도 번영된 미래도 얻을 수 없다. 강경한 듯싶지만 바른 교육의 기틀이 회복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구호 같은 말을 덧붙여 본다. 미국에서 날아온 참교육의 실체에 화닥닥 정신이 들었나보다.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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