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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서 건져낸 아들-1
  2006-08-10 14:14:2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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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김가다(金家多) 부부는 여행 도구를 트렁크에 챙겨 넣고 실로 오랜만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여름여행을 떠났다. 남들은 그것을 여름휴가라고 하지만 김가다 부부에겐 이 사나흘 간의 외유가 진정한 의미의 휴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도 숨이 막힐듯 답답해서 못 견디겠어. 어디 가서 숨 좀 돌리고 오자.”

그리고 어디 똑 부러지게 목적지를 정해놓고 차를 끌고 나온 것도 아니었다.

“어디 오지에 찾아가서 부춧돌이 있는 화장실에도 앉아보고 흙냄새 매캐한 방에서 하룻밤 코를 드르렁 대며 자보고도 싶다. 그냥 문명의 발자욱이 찾지 않은 아주 지독한 벽한 궁촌을 찾아보자...”

그렇게 마음을 합해서 후덥지근한 도시의 땀 냄새를 벗어나고 싶었다.

“아들놈이 앞으로는 잘하겠지. 비록 돈은 일년새 3천만원이나 흥뚱항뚱 까먹었지만 귀중한 인생체험을 했으니...”

김가다의 아들은 2005년 5월 스물네살에 결혼했다. 나이 서른이 훌쩍 넘은 노총각들이 동네에도 수두룩한데 어느 날 갑자기 탤런트 뺨 칠 정도의 미목이 수려한 아가씨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한다는 소리가

“아빠, 엄마 우리 결혼할래요. 빠를수록 좋겠는데요.”

청천벽력 같은 아들놈의 결혼 선전포고에 김가다 부부는 순간 말문이 막혔으나 자초지종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미 아들 녀석은 그 처녀와 볼 장 다 보고 난 뒤에 불쑥 찾아온 것이 틀림없었다.

“남의 집 귀한 딸을 망가뜨렸으면 책임을 져야지...”

하지만 눈여겨보면 볼수록 아들 녀석은 결혼생활이 순탄해 뵈는 것이 아니었다.

“돈을 적게 벌어다 줘서 색시가 바가지 자꾸 긁든?”

어쨌거나 날이 갈수록 새아기는 교회에 빠지는 횟수가 늘어갔고 밝은 표정은커녕 수심과 염려가 가득해지는 아들놈을 보고 김가다 부부는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들놈은 김가다에게 또 청천벽력 같은 말을 쏟아놓았다.

“뭐, 뭐라구? 새아기가 아이를 못 낳는 체질이라구? 병원 의사가 그래?”

“그 사실을 알고부터는 교회에 나가는 것이 너무도 싫은가봐요. 주일날만 되면 가슴이 마구 뛰어서 못 견디겠대요. 그리고...”

“그리고? 뭘 어쨌으면 좋겠는데? 아이를 못 낳아도 괜찮아. 요즘은 입양문화가 발달해서 남의 아이도 잘 길러서 훌륭한 사람 만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혼이라도 하겠단거야? 절대 안돼 그건.”

“저보고 함께 대구로 내려가서 살면 안되겠냐구요, 양주땅에서 살기가 싫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버지, 엄마 동생 놔두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구로 내려가 살 순 없잖아요.”

“아니 젊은 부부가 어디서든 무슨 일이라도 해서 함께 도우며 살아야지. 지금 세상에 두 손 딱 놓고 집에서 세간치장이나 하며 하품만 뻑뻑 하고 노는 여자가 어디 있니? 양주땅에서는 못살겠대? 취직도 못하고 사람사귀기도 싫대? 아니 양주땅으로 시집온 여자들은 죄다 집에서 놀구있다든?”

“자꾸 사람들이 왜 아이를 안 낳느냐고 물어 쌌는 것도 몹시 부담이 되는데다, 교회 나가는 것이 싫고...양주땅에는 친구도 없고 취직하기도 힘들고 그렇대요. 여러 가지 경황을 보아 이해가 가기도 해요.”

“아니 엄마 한복가게가 너무도 바빠서 눈 코 뜰 새가 없는데 엄마가게 나와서 잔심부름만 도와줘도 엄마가 생활비 말고도 한 달에 용돈으로 쓰라고 100만원씩 턱턱 줄텐데 말야. 대체 무슨 꿍꿍이 속셈일까?”

“그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 않나봐요. 아버지, 엄마 생각은 어떠신지...제가 처가 원하는 대로 대구로 내려가 살아야 할까요?”

<다음호에 계속>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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