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 송전탑 아래 ‘위험천만한 동거’
“아파트 단지 곳곳에 설치된 송전탑이 생활 안전을 위협하더니 이제는 가스충전소까지 한 몫 하려 하네요. 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송전탑이 무수히 많고 얼마 전 폭발사고가 일어났던 변전소도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감히 상상하기도 두렵습니다.”
의정부시가 택지개발로 아파트가 밀집한 민락동(낙양동 645-7번지) 일대에 버스공영차고지와 함께 고압천연가스(CNG) 충전소를 설치하려 하자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더군다나 의정부시는 2000년부터 버스공영차고지 사업을 실시하면서 단 한차례도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를 열지 않아 “가스충전소 설치를 위한 사기극”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2000년부터 사업을 추진했는데 인근 아파트 입주가 2002년부터 시작돼 설명회나 공청회를 실시할 대상 주민이 없었다”며 “토목공사를 발주할 때까지도 주민 반대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이어 “경기기술원의 환경성 검토에는 아무런 위험성이 지적되지 않았고, 시공사인 유성티엔에스가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제출한 기술검토서에서도 문제가 없었다”며 “가스충전소는 안전하며 만약 사고가 나더라도 인근 40m의 건물 창문이 흔들리는 정도로, 문제는 학교위생정화구역 심의”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공청회나 설명회도 없었는데 주거밀집지역에 위험천만한 가스충전소가 들어서는지 어떻게 알았겠냐”며 “그렇게 안전에 자신 있다면 시가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냐”고 반박했다.
가스충전소 문제는 7월4일 의정부시가 학교보건법상 위생정화구역 심의를 의정부교육청에 신청했다가 갑자기 심의를 취소하면서 불거지게 됐다.
버스공영차고지 경계와 어룡초등학교와의 거리는 169m로 학교위생정화구역 심의기준 거리인 200m내에 포함되지만, 차고지 내에 있는 가스충전소와의 거리는 250m이기 때문에 심의를 취소했다는 것이 의정부시의 주장이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충전소가 위생정화구역 심의대상이라고, 환경부는 심의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의정부교육청의 결정만 남은 상태다. 교육청 관계자는 “해석하기 나름이어서 결정이 쉽지 않다”며 “법제처에 문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가스충전소는 7월13일 위생정화구역 문제로 일단 허가가 취소됐으나 의정부시는 교육청의 위생정화구역 심의를 기다리며 재허가 할 계획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가장 큰 문제는 사고 발생 가능성과 어마어마한 위험성”이라며 “시가 가스충전소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확답이 없으면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버스차고지 공사 진행 자체를 막을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7월31일에는 송산주공1단지 주민들이 가스충전소 허가 반대 대책위를 구성키로 하고 민락, 송산, 금오지구 아파트 주민들까지 참여를 확대시킬 예정이다.
한편, 버스공영차고지는 지난해 공사를 시작해 올 9월 완공할 계획이며, 시는 8월중 설명회를 열어 주민들을 설득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