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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민/외과전문의 |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매번 추석이 되면 가슴이 설렌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그리운 얼굴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이리라. 멀고도 고생스러운 길을 마다하지 않고 고향으로 꿋꿋하게 달려가면 이내 반가운 얼굴들이 우리를 반겨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가을에 야속하게도 우리를 맞아주는 이는 반가운 얼굴들만은 아니었으니, 풀밭에서 우리를 조용히 맞아주는 질병인 가을철 중요한 발열성 질환인 쯔쯔가무시병이 그것이다.
쯔쯔가무시병은 쯔쯔가무시균에 의해 발생되는 질병을 일컫는 말이다. 쯔쯔가무시균은 일본 사람에 의해 발견되고 이름 지어진 세균으로, 일본말로 ‘쯔쯔가’는 질병을 뜻하고 ‘무시’라는 말은 벌레를 뜻한다.
즉, 쯔쯔가무시라는 말은 벌레에 물려 생긴 질병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여기서 벌레는 진드기를 말하며 진드기 중에서도 털진드기 유충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름 그대로 쯔쯔가무시병은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이 사람에 달라붙어 흡혈하는 과정에서 사람에게 전염되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진드기의 유충은 평소 풀숲에 숨어있거나 들쥐에 기생하고 있다가 사람을 만나면 달라붙어 흡혈을 한다.
사람이 일단 쯔쯔가무시에 감염되면 약 10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 등 심한 몸살과 비슷한 증상이 발생하며, 초기 증상 발현 후 약 5일이 지나면 서서히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피부 발진(가피)이 나타나는데 이 가피는 가렵지 않으며 특징적으로 피부가 뜯겨나간 부위에 딱지가 앉은 형태를 띠게 된다. 임상적으로 이러한 피부 발진은 진단에 매우 중요한 단서 역할을 하며 환자의 50~80%에서 관찰된다.
우리나라에서의 쯔쯔가무시병은 가을인 9~12월 사이에 많이 발생되고 11월에 절정을 이루는데 그 이유는 가을철이 털진드기 유충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쯔쯔가무시병은 아직 예방약은 없지만 다행히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잘 받으면 순조롭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은 질병이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망률이 30% 이상까지도 이를 수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이 질환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단, 쯔쯔가무시병은 사람끼리는 전염되지 않으므로 격리 등의 조치는 필요치 않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쯔쯔가무시병 예방법을 안내하고 있으니 잘 숙지하시어 아 름다운 추석과 가을을 건강하고 즐겁게 만끽하시길 바란다.
▲밤 줍기, 성묘, 등산, 캠프 등 야외활동시 풀밭 위에 옷을 벗어 놓거나 눕지 말 것.
▲휴식이나 새참 먹을 때 돗자리를 펴서 앉고 사용한 돗자리는 세척하여 햇볕에 말린 뒤 사용할 것.
▲작업 중 풀숲에 앉아서 용변을 보지 말 것.
▲작업시 기피제 처리한 작업복과 토시를 착용하고,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장화를 신을 것.
▲밤줍기, 등산 등 야외활동시 겉옷에 기피제를 뿌리고 긴 소매옷과 양말을 착용할 것.
▲작업 및 야외활동 후 샤워나 목욕을 하고, 작업복은 세탁할 것.
▲비온 뒤 개울가 주변 풀밭에 가지 말 것.
▲작업 또는 야외활동 후 두통, 고열, 오한과 같은 심한 감기증상이 있거나 벌레에 물린 곳이 있으면 즉시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에서 진단 및 치료를 받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