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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민/외과전문의 |
전 부치기, 설거지하기, 밤까기, 나물 다듬기, 손님상 차리기, 걸레질하기…. 가뜩이나 살림살이에 여념이 없던 우리네 어머니들이 추석 연휴 동안 쉴틈 없이 해치워내는 일들이다.
추석 연휴동안 이렇게 몸을 혹사시키게 되니 해마다 추석이 끝나갈 무렵이면 자연스럽게 어머니들 몸 여기저기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추석 후유증이라고나 할까.
추석 연휴가 끝난지 며칠 후 병원을 찾아온 한 어머니도 바로 이러한 추석 후유증의 희생자다. 이 어머니가 내민 손가락은 마치 개구리의 그것처럼 손가락 끝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큼지막하게 부어 있었고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으며, 이 어머니는 연신 욱신거리는 통증에 매우 괴로워했다.
추석 내내 손에 물이 마를 겨를도 없이 요리와 설거지 등을 해온 탓에 손끝이 갈라지고 작은 상처가 생긴 것을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긴 것이 화근이었던 것이다. 손가락 끝에 염증이 생기고 곪기까지 하는 병. 우리는 이것을 일컬어 생인손이라 한다.
생인손이라는 용어는 본래 한의학적 용어로 생안손, 생손앓이, 사두창 등으로도 불리며 양의학적으로는 조갑주위염이라고도 불린다. 국립국어원의 자료에 따르면 생인손이라는 말의 어원은 ‘생(生), 앓, 손’ 의 말들이 결합되어 형성된 것으로 되어 있다.
생인손은 손가락 끝 피부의 갈라진 틈으로 세균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켜서 발생되는 질병으로 심하면 피부 속으로 고름이 발생되고 심하게 부어오르기도 한다. 빨갛게 조금 부어오르기만 하는 초기 생인손의 경우는 약물 치료 또는 일부 민간요법으로 치료가 되기도 하고 일부는 저절로 낫기도 한다.
하지만 빨갛다 못해 누렇게 고름이 차오르기까지 하는 상황이라면 약물 치료만으로는 절대 나을 수가 없으며 반드시 칼로 고름주머니를 절개하여 고름을 충분히 빼내주어야 한다. 고름이 밖으로 충분히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면 염증은 점차 주위로 번져나가 손톱 밑으로까지 고름이 차오르게 되어 오랜 기간 동안 고생을 하게 되고 급기야 손톱이 빠지는 불상사까지 초래되기도 한다.
따라서 최소한 손가락의 염증이 심해져 노란 고름집이 보이기까지 한 상황이라면 반드시 병원에 내원하여 멸균 소독된 기구로 충분히 절개를 가한 후 고름을 빼주어야 한다.
간혹 일부 생인손 환자는 소독되지 않은 바늘을 이용하여 스스로 고름집에 구멍을 내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 고름이 충분히 빠지지 않아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늘을 통해 또 다른 세균 감염이 이루어져 질병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섣부른 자가 처치는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