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국문화원 사무국장 협의회 회장이어서 너무 바쁘고, 예술의전당 사무처장 내정설은 처음 듣는 얘기로 생각해볼 가치도 없다”며 한달 보름가량 사실상 거짓말을 하며 버틴 원용목 의정부문화원 사무국장이 6월12일 기습적으로 김문원 시장에게 의정부예술의전당 초대 사무처장 임명장을 받았다.
원용목씨는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평생직장을 얻은 것으로, 매년 7~9천만원의 고액연봉을 받을 예정이다. '줄을 잘 잡아 신세를 고치게 된 셈'이다.
우리는 김문원 시장의 오른팔로 불리며 최측근으로 살아온 원용목씨가 2002년 지방선거에서 김 시장이 당선된 뒤 의정부문화원 사무국장으로 낙하산 인사된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가 문화예술분야에 깊은 조예와 풍부한 경험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솔직히 예술의전당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사무처장 자리를 신설하고, 그 사무처장이 될 수 있는 자격요건을 오로지 그를 위해 만들고, 뻔뻔하게 특채를 가장하여 그를 임명한 김 시장의 담대한 보은 인사, 다시 말해 조직폭력세계에서 높이 칭송받는 ‘의리’를 미덕으로 삼는 김 시장의 ‘소신’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김 시장의 안하무인 행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시장은 의정부시의회 등이 “필요도 없는 사무처장직을 신설한 것은 일자리 창출 개념과 분명 다르다. 내부 승진이 아닌 특정인을 염두에 둔 사무처장직 신설이라면 문제가 있다. 의정부시가 낙하산 공수부대인줄 알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왔으나 이를 일거에 무시했다. 한마디로 의회가 지껄이거나 말거나 ‘내 갈길은 간다’며 밀어붙인 것이다. 예술의전당 이사이자 의정부시의회 운영위원장인 빈미선 의원마저 “예술의전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인물이라면 모르겠는데, 원용목씨를 단독 지정한 일은 시민들이 (낙하산 인사 및 예술의전당 사유화)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서울대 동창인 이진배 예술의전당 사장을 인사위원장으로 앉힌 뒤 최소한의 양심과 절차마저 짓밟는 등 탱크행정, 안하무인 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공채도 아니고 특채로 사무처장을 결정하면서, 어떻게 복수 후보가 아니라 단독 후보로 점찍는 만용을 부렸는지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일을 저질렀다. 예술의전당 재단법인화를 추진하면서 예술의전당을 자기 것으로 사유화하고, 재단법인화를 자기사람 평생직장 보장기회로 삼는 등 한마디로 독재적 구태를 버젓이 드러낸 것이다.
김 시장은 시민들의 비난과 예술의전당 직원들의 도탄과 체념을 결코 듣지 못할 것이다. 그의 주위에서 '간교한 충성의 인간장막'을 치고 있는 무리들과 희희낙락하기 때문이다. 혹여 원용목씨가 문화예술적 식견이 풍부하다고 하더라도 그는 김 시장의 최측근으로서, 사무처장 임명은 최악의 모양새일 뿐이다. 김 시장과 원 사무처장은 용단을 내려야 한다. 벼랑 끝에서 춤을 추면 위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