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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민/외과전문의 |
만만치 않던 2012년을 뒤로 한 채 드디어 2013년 새해가 밝았다. 2013년은 뱀의 해이다. 예로부터 뱀은 그 예사롭지 않은 형체만큼이나 다양한 평가를 받아온 동물이다. 사악함의 상징, 다산의 상징, 영악함의 상징 등 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다양하다 못해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사람들로 하여금 이렇게 극단적인 평가를 하게 하는 뱀은 특히 의학분야와의 인연은 남다르다 하겠다. 즉, 의료와 관련된 조직의 상징에는 뱀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의사협회, 응급구조사협회, 세계의학협회 심지어 세계보건기구 등의 상징에도 어김없이 뱀이 등장한다.
일례로 지나가는 구급차를 살펴보자. 우리는 구급차의 한면에서 지팡이를 휘감고 올라가는 뱀의 형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뱀이 휘감고 올라가고 있는 지팡이를 우리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라고 칭한다. 이처럼 의료분야에 적잖이 뱀이 등장하는 이유를 살피기 위해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로 거슬러 올라가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의 유래를 살펴봐야 하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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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
“그리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아스클레피오스는 죽은 사람도 살려냈다고 전해질 만큼 훌륭한 의술을 구사하는 의술의 신으로 이 아스클레피오스가 제우스의 번개를 맞아 죽은 글라우코스를 치료하던 중 뱀 한 마리가 방안으로 들어왔는데 이에 깜짝 놀란 아스클레피오스가 자신의 지팡이를 휘둘러 그 뱀을 죽였다. 잠시 후 또 한 마리의 뱀이 입에 약초를 물고 들어와 죽은 뱀의 입 위에 올려놓았는데, 그러자 죽었던 뱀이 다시 살아나고, 이것을 본 아스클레피오스는 뱀이 했던 대로 그 약초를 글라우코스의 입에 갖다 대어 그를 살려내었다. 그리고 그는 존경의 의미로 자신의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한 마리의 뱀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았다.”(신영전. Korean J Med Hist 16ː21-35. June 2007)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조직들의 상징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지팡이를 휘감고 올라가는 뱀은 한 마리인 반면 일부 조직의 상징에서는 두 마리의 뱀이 동시에 지팡이를 휘감고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진정한 의학의 상징은 한 마리의 뱀이 존재하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맞으며 두 마리의 뱀이 휘감고 있는 지팡이는 헤르메스의 지팡이라고 하여 의학이 아닌 다른 것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으며 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의 진위와 상관없이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 개인적으로는 거침없이 유유히 지팡이를 휘감으며 위쪽으로 전진하는 뱀을 바라보노라면 그 어떤 질병도 능히 극복하고 치유해낼 수 있겠다는 기운이 느껴지게 되어 한층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곤 한다.
(새롭게 다가온 뱀의 해를 맞이하여 거침없이 지팡이를 휘감으며 위로 전진하는 뱀의 모습처럼 여러분도 하시는 일 모두 순조롭게! 막힘없이! 잘! 추진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