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차례를 모시고 따뜻한 떡국을 나눠 먹으면 새배를 끝낸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자고 어른 손을 잡아끌었다. 어린시절 겨울이면 얼음판에서 팽이를 돌리고 썰매를 타던 어른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강변으로 갔다.
강변 간이매점에서 전통 연과 조금 거리가 있는 연을 저마다 골라 연실을 풀며 앞으로 달렸다. 아이들은 연이 되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며 팽이처럼 어른들 주위를 맴돌았다. 배냇머리처럼 가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며 뛰어다녔다.
어른이 날리는 연은 강변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 하늘 저쪽에서 작은 새가 되었지만 아이들의 연은 자꾸만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듯 내려왔다. 그러면 아이들은 안타까워 이리저리 달려보지만 좀처럼 연은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육지로 나와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땅에서 파닥거렸다.
겨울바람이 그린 붉은 동그라미를 볼에 붙이고 울쌍이 된 아이에게 잘 날고 있는 연을 넘겨주고 어른은 아이가 날리지 못한 연을 살려냈다. 처음부터 제 연이었던 연이 하늘로 날기 시작하면 아이는 연싸움을 걸었다.
어른도 아이가 연싸움을 걸어오면 아이가 되어 지지 않고 힘겨루기를 했다. 하나의 연줄이 끊어져 싸움이 끝나면 아이는 춥다며 손을 털고 집으로 가자고 했다. 연줄을 끊고 멀리 달아난 연이 부러워 어른은 아이가 손을 잡아당겨도 제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설이 되면 하늘에 새해 인사를 하듯 꾸벅꾸벅 절을 하는 연을 날리고 나머지 달들은 연이 날아간 하늘을 가끔 올려다 보며 견뎠다. 부모의 손을 잡고 연을 날리던 아이는 결국 부모로부터 날아올라 연처럼 멀리 떠나게 된다.
연줄을 타고 아이가 뒤돌아보지 않고 가는 것을 지켜보며 한때 연이었으나 몸을 바꿔 연줄이 된 지금 다시는 연이 되고 싶지 않은 이유를 겨울강은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