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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인생
문예샘터 엽편소설/소담 임경자
  2013-02-27 10:46:21 입력

▲ 임경자
사람의 일생은 어머니 뱃속에서 열달인지도 모른다. 눈이 생기고 귀가 생기는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만 보고 어머니 뱃속에서만 듣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머니가 태어날 때 물려주신 가슴의 ‘붉은 반점’ 역시 더 큰 세상에 나가서 쓰라는 증표이다.

붉은 반점은 ‘주홍글씨’로 변해버린 인생살이가 되어버린다. 피고름 나는 고통은 15년이란 세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사회의 암적인 존재가 되었다. 붉은 반점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인생을 야망으로 마무리하기로 결심한다.

내일을 기다려 보는 것이다. 당장은 오늘 주린 창자를 채워 가야 한다. 달리는 말을 잡아타는 능숙한 말꾼처럼 지나가는 순간을 잡아타야 한다. 자신의 시간을 잡아탈 수 있는 인생,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 속에 벌써 내일은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인생은 하루 속에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 생의 가난함을 한탄한다. 환경 좋은 쥔장 인연으로 식솔 노릇을 하며 이상과 꿈을 그리며 많은 것을 배우고 터득한다.

필요하면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처럼 발바닥을 핥고 가랭이로 들어갈 수 있다는 지혜로 자신감을 키운다. ‘그 사람 도인이야’ 하는 말이 나오기까지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는 노력으로 삶을 살아간다. 한 때는 술 먹고 노는 유흥장소에 제비가 되어 괴로움을 대신하며 방탕 생활도 한다. 그리고 둔갑하여 누군가의 은덕을 얻어 장애인단체 회장직 명예봉사도 한다. 그런데 본인이 인생의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될 줄은….

돈과 명예, 목표를 두고 자신을 관리한다. 15년전 쥔장 거처에서 알게 된 11살 연하 이혼녀에게 접근하여 위자료를 탕진한다. 인생은 하룻밤 여인숙이라며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참는다. J의 인생, 연습 없는 드라마가 시작된다. 그 후 일본에서 살기 위해 몸무림을 치며 공장도 다니고, 금도 수거하고, 환전도 하며 J를 일본에 사는 여동생이라고 소개하며 생활비를 책임진다.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내 눈에는 피 눈물 난다는 말이 정말이었다. 경제변동으로 일본 환율이 급하락하자 말짱 도루묵이 되어 또 다시 가난이 시작된다. 삶을 위해 매춘녀가 된 J는 그 후 닥치는대로 계약 결혼을 시작한다. 야모OOO에서 가와OOO로…. 계약 결혼 조건으로 아파트도, 땅도, 10층 건물도 챙긴다. 일본인을 이용한 매춘 애국자가 된다. 가면을 쓴다. 일본인 남편들한테 붉은 반점 Y를 오라버니라고 소개한다.

효자노릇 한다고 Y는 나쁜 것은 나누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것을 돌쇠 가족을 지키는 가장의 능력으로 자신감을 갖는다. 어머니와 아들 공부까지 시키기 위하여 일본에서 생활하도록 한다. 온 가족이 공범이 된다. 기둥서방으로 삶을 유지한다. 오라버니 불쌍하다며 J는 아파트도 사준다. 그 후 의정부로 거주지를 옮긴다. Y는 현지처에게 평생교육 사회복지 수료 등 자격조건을 준비하라는 전략을 세운다. 본인도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회복지 평생대학을 졸업한다. 쥔장의 뒷배를 이용하여 복지사업을 노후대책으로 삼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었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하여 쥔장이 원하지도 않는 조건으로 무료 봉사를 제시하여 최선을 다한다. 더 큰 것을 구하기 위한 돌쇠 수법이다. 인정 받기 위한 나를 만드는 전략이다. ‘작은 쥔장’이라는 예우까지 사회에서 받는다. 나름대로 성공한 명예를 이용하여 사장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하지만 내 것은 정녕 아무 것도 없다는 허탈감에 빠진다.

쥔장과의 관계는 선이 굵게 남아 있다. 남들은 속에 있는 냉혹한 관계를 모른다. 실존주의와 관계 없이 주변에서는 인정 받는다. 남보다 본인의 존재가 이렇게 무섭다. 이제 현지처는 다시는 일본에 갈 이유가 없어졌다며 Y는 소리꾼이 되어 휘파람을 불며 즐거워한다.  J의 일본인 남편이라는 장애물이 없어졌다. 계약 기간이 끝난 것이다.

이제 재력가가 된 J와 Y는 사회복지사업 노후의 야망을 그린다. 몹쓸 환경에 처한 수년 감정의 때가 반질거리며 악취로 진동하는 묵은 매듭도, 아픈 날에, 어려운 날에, 가난한 날에, 외로운 날에, 정말 좋지 않은 날들일수록, 몹쓸 환경에 처할수록, 양의 탈을 쓰고 나이 먹어서 비유 맞추고 사는 것도 지겨운 것이다.

술이 많이 올라야 내 진심이 찾아와 ‘왜 이따위로 사느냐’고 몹시 괴롭힌다. 누군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을 땐, 그날 아무 일도 없는데 어깨가 먼저 굽어 있었다. 죄 없는 어깨가 지은 죄를 대신 받고 있다. 학력이 없으면 없는대로, 능력이 낮으면 낮은대로 각자 위치에서 그 실력대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것인데 긴 한숨을 내쉰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지도 언제인지 기억 안나고, 정말로 기쁘고 유쾌해서 웃어본지가, 그런 때가 있기는 했는지가 궁금해진다. 알수록 복잡한 세상인데 자기 무덤 자기가 판다고 어련히 알아지는 세상 미리 알려고 버둥거렸나 보다. 내가 만든 세상에 내가 질려 버린다.

망태 할아버지가 뭐하는 사람인줄 모르고 무작정 무서워하던 그 때가 행복했다. 엄마가 밥먹고 “어여 가자” 하면 어디인지 모르면서 물 마른 밥 빨리 삼키던 그 때가 그리워진다. 남들과 좀 틀리게 살아보자고 바둥거리다 보니 양아치 인생이 되었다. 산다는 것은 지나간 것들을 버리는 게 아니고 어느 날 만들어진 내 몸의 흉터처럼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껴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제발 부탁해. 가와OOO가 이 사실을 알면 자살할 거야”라고 중얼거린다. “나 지금 쓰러질 것 같아. 공황장애 환자 증상이 재발되어 가슴이 벌렁거려 도저히 살 수가 없어.”

절망의 순간을 잘 대처하고 삶의 지혜와 보람이 한 웅큼 쌓이게 해야 한다. 자신을 잘 추스르는 용기와 배짱은 인생 밑바닥 생활을 초월하여 면역으로 극복했다. 늘 파렴치한 사기꾼은 히죽히죽 상습적으로 감정과는 무관하게 표정 관리하며 그 길을 그렇게 걸어갈 것이다. 설사 그 길이 고난과 역경의 길이더라도 황혼의 일곱 빛깔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흙색 바탕에 이슬로 쓴 새 글씨로 유쾌한 명찰을 달고 새 세상을 열 것이다. 노후 대책을 위하여 장애인 인생에서 장애인 사회복지사업 꿈을 이룰 것이다. 주홍글씨 인생 68년. 가엾은 노인이 되어서도 탈바가지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그 안에 부귀, 권세, 명예를 담아 웃고 싶어 한다.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어떤 사회적 지위나 신분,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일이다.

그토록 보고 싶은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노인은 파란 하늘이 무섭도록 시리고 아프며 번득거리는 칼날의 빛과 공포소리가 들린다. 가엾은 노인은 지나온 삶의 지저분한 인생거리에 잃어버린 꿈을 다시 모아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망상에 사로 잡힌다. 새로운 인연으로 마지막으로 숨겨놓고 살 거야. 파랑새를 찾아간다. 파랑새 한 마리가 새 장 안에서 퍼득이며 날개짓 한다. 물이 먹고 싶은가. 배가 많이 고픈가.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손을 내민다. 파랑새는 익숙하지 않은 행동에 날아가 버린다. 가슴에 파랑새를 담고 싶은 심정이었다.

순리대로 하란 말이야. 마음대로 해. 푸른 창공을 향하여 날아가는 파랑새에게 괴성을 지르며 잠에서 깬다. 잠은 깨어도 꿈만은 영원히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의 심정일 것이다. 파랑새 앞에서 인생은 무(無다). 하나의 흙덩이에 불과하다. 인생은 누구나 자기의 성역을 가지는 법이다. 이방인이 된 가엾은 노인은 소리꾼이 되어 휘파람을 불며 파랑새를 지키고 싶었다. 또 한가지 이유는 J와의 관계를 영원히 사회에서는 오라버니 행세로 대접 받고 아무도 모르게 복지사업 후원자로, 동반자로 계획한 것이었다.

근본 바탕이 다른 사람이냐, 누군가 외마디로 던진다. 평생 머슴 딸랑이로 식솔로 살았다고 근본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시대에 가슴에 남겨진 지울 수 없는 어머니의 유산, 붉은 반점은 뼛속까지 파고 든다. 세포 줄기까지 태워도 태워도 없어지지 않고 전이된다. 숨을 걷는 순간까지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며 인간다운 물음이 끊어지고 웅성웅성 거린다.

부패된 사회, 정치, 잘못된 인사문제, 현실, 권력의 연결고리 압력, 사생활이라며 넓은 아량으로 조직 사회에 아부를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기본자세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나의 지혜를 다하는 것이다. 양심을 다하는 것이다. 능력을 다하는 것이다. 보람 있는 순간 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보람 있는 하루가 모여 보람 있는 한달이 되고, 한달 한달이 모여 한해가 되고 일생이 된다. 나의 할 도리를 다 했을 때 사회인으로서 흐뭇한 만족감과 당당한 자신이 된다.

대법원 앞에 저울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에 하얀 눈이 내려 또 하나의 동상을 만들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기상예보가 ‘오늘은 맑음’이라고 전하자 수북이 쌓인 하얀 눈이 녹아내린다. 정의의 여신은 누구를 위하여 눈물을 흘리며 바람의 흔적만 담고 응보처벌이 아닌 회복적 정의로 저울을 비운다.

한없이 맑은 푸른 하늘은 내 마음과 모든 사람의 마음이다. 오늘도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사회의 암적 존재, 막가파 인생은 주홍글씨처럼 전설로 떠돌아 다닌다.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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