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이 넘는 직원들의 승진서열순위를 뒤바꾸는 등 인사비리를 저지른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지 않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가 사상 유례없는 양주시의 대규모 인사비리를 적발하고도 징계기준을 제멋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인사비리에 적발돼 중징계와 경징계가 요구된 양주시 인사담당자들이 재심의를 요구하자 지난 3월27일 감사결과심의위원회를 열고 징계수위를 한단계씩 낮춰줬다.
경기도는 지난해 11월12일부터 11월20일까지 7일간 양주시의 2010년 1월1일 이후 업무처리 전반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한 뒤 지난 1월18일 인사비리를 저지른 공무원 6명(중징계 1명, 경징계 3명, 훈계 2명)을 조치하라고 양주시에 통보했다.
특히 이 인사비리에 5급 사무관이 연루되자 중·경징계 대상자 4명은 경기도 인사위원회가 직접 조치할 예정이었다.
경기도는 감사에서 ▲양주시가 2010년 상반기부터 2011년 하반기까지 4회의 근무성적평정을 실시하면서 평정자의 평정을 누락시키는 등 5급의 단위평정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으며 ▲2010년 상반기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5회의 근무성적평정을 실시하면서 106명이나 되는 평정대상 공무원의 단위평정서열이 종합평정에서 순위가 뒤바뀌었고 ▲가점 미대상자 4명에게 부당하게 가점을 부여한 반면 가점대상자 1명에게는 가점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계약직 공무원 3명을 부당하게 합격시킨 사실도 밝혀냈으며, 평정단위 서열명부를 작성하지 않은 채 ‘윗선’으로부터 서열순위를 넘겨 받아 종합서열순위를 정하는 등 인사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난 2월 징계대상자들이 경기도에 ‘억울하다’며 재심의를 요구하자, 경기도는 감사담당관 등 공무원들만 참여하는 감사결과심의위원회를 열어 양주시의 요구를 수용, 징계수위를 한단계씩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단 1명만 징계를 받고, 나머지는 징계에서 빠져나가게 됐다. 1명은 양주시 인사위원회가 징계수위(경징계: 감봉1~3월, 견책)를 결정하게 된다.
경기도는 양주시가 사실상 고의적으로 저지른 대규모 인사비리를 양주시 자체적으로 조치하라는 꼴불견을 연출하며, 김문수 도지사가 요구하는 ‘청렴 경기’를 스스로 깔아뭉개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이에 대해 감사내용은 변한 게 없지만 양주시가 나름의 소명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정상을 참작하여 징계수위를 낮춰줬다는 이해못할 주장을 하고 있다.
김복운 경기도 감사담당관은 “근무평정을 조작했더라도 결과적으로 승진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과정 및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 이같은 ‘엿장수 맘대로’ 징계양정기준은 지난 2월14일 근무평정을 조작하는 등 인사전횡을 일삼은 인천 및 경남교육청을 검찰에 수사요청한 감사원과 비교해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전직 공무원은 “인사비리를 저질러도 징계를 안하는 경우가 세상에 어디 있냐”며 “형편없는 경기도가 말도 안되는 짓을 꾸미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직 공무원은 “신상필벌을 바라고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두 번 죽이는 결과”라며 “공무원이란 사실이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주시는 대규모 인사비리에 대해 직원 불만과 지역의 부정적 여론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듯 현재까지 어떠한 공식사과나 해명, 향후 조치 및 개선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