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의 ‘희망통신 93호’
권은희 경정님께.
춘래불사춘이라더니 꽃샘추위가 매섭습니다. 윤중로에 만개한 벚꽃이 느닷없는 봄비 속에 꽃비가 되어 흐트러집니다.
저는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희상입니다. 지난 4월21일, 저는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그 날 광주시당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렸고, 저는 축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축사에서 저는 광주공항 벽에 ‘약무호남이면 시무국가’라는 충무공의 말씀이 새겨져 있는 것을 인용하면서 “호남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있을 수 없을 것이고, 광주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단 한 줄도 써내려 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가장 어려웠던 국난의 고비에서 광주가 나라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광주는 우리 민주통합당을 만들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예부터 지금까지 광주는 불의에 저항해서 정의를 바로세우는 불굴의 정신의 상징이었습니다. 제게 광주정신은 고 김대중 대통령이 말씀하셨던 ‘행동하는 양심’이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하셨던 ‘깨어있는 시민’을 의미합니다.
그 날 이러한 광주정신을 역설하는 과정에서 “만약 권은희 경정이 양심선언을 하지 않았다면, 이 엄청난 사실은 그냥 묻힐 수도 있었습니다. 그 용기 있는 말로 인해서 그분은 광주의 딸이 되었습니다”라고 했던 것입니다.
결코 광주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거나, 지역감정을 부추겨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한 말을 할 때와 장소도 아니었고, 분위기는 더욱 아니었습니다. 그런 발언이 저나 민주당에 무슨 득이 있겠습니까.
이를 가지고 ‘국정원의 국내정치개입 문제’의 핵심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만 전후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광주의 딸’만을 부각시키려는 자들의 저의 또한 의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은희 경정님, 미안합니다. 당신의 그 숭고한 사명감과 순수한 열정, 그것이 본인의 몇 마디 말로 폄훼되거나 곡해되지 않았을까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옳은 일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2003년 퇴임사에서 “불의와 타협하는 것은 영원히 죽는 것이고, 죽더라도 타협을 거부하는 것이 영원히 사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역사는 불의에 편들지 않는다. 역사를 믿는 사람에게 패배란 없다”라고도 하셨습니다.
힘내세요. 권은희 경정님. 우리 모두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