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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일/한국투자증권 의정부지점장 |
5월 이후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양적완화 지속 여부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소위 ‘Tapering(점진적인 출구전략)’이라고 표현되는 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는 글로벌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자산배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5월 한달간 미국 시장에서는 국채금리 상승과 더불어 그동안 증시 상승의 주도업종이었던 방어주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전반적인 미국 경제에 대해 우려가 크지는 않지만, 여전히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혼재된 상황에서 시장은 양적완화라는 안전판을 아직 붙들고 싶어 한다. 이러한 기제가 작동하면서 악재는 양적완화 지속 명분으로 해석되고 오히려 이에 대해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3일에는 미국 ISM 제조업 지수가 기준선인 50을 하회하는 49로 발표된 이후, 시장에서는 국채금리 하락, 달러 약세, 증시 상승이 나타나며 양적완화 지속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모습이 관찰됐다.
다만 연준은 양적완화 지속의 공개적인 명분으로 물가와 실업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ISM 제조업 지수 이슈는 다소 희석될 수 있는 반면, 주 후반 고용 지표에 시장의 관심이 좀 더 쏠릴 것으로 판단한다. 실업률의 경우 예상치인 7.5%와 목표치인 6.5%까지는 여유가 있다. 그리고 노동참여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고용의 질적인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업률이 하락하는 것을 ‘개선’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은 쉽사리 양적완화를 포기하기 힘들다.
양적완화의 'Tapering’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이머징 시장에서는 자금유출의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이머징 국가의 주가지수와 아시아달러인덱스는 5월 고점에서 모두 급락 반전한 상황이며, 이머징 채권 투자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특히 달러 표시 이머징 통화 채권은 벤치마크를 미국 금리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금리 상승시 가격 하락 리스크에 노출될 수 밖에 없으며, 로컬 통화 채권의 경우에는 이머징 통화가치 하락으로 환차손에 노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금융위기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온 이머징 채권 시장에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난 주 이머징 국가 채권 펀드의 자금 흐름도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5월 여타 이머징 시장과는 조금 다른 패턴을 보여주었다. 특히 5월 중순 들어 외국인은 순매수세를 보이며 5월16일부터 6월4일까지 1조 5710억원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했으며, 증시는 다소간의 등락을 거치면서도 야금야금 올라섰다. 그러나 이러한 패턴이 지속가능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그동안의 움직임을 되돌려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국내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했던 엔화약세가 소폭 돌아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반사작용, 뱅가드 ETF 관련 매물 종료 임박 등 그동안 한국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요인에 대한 반등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양적완화의 즉각적인 ‘Tapering’은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나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시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하반기는 대형주 중심의 상승을 통해 한국증시의 과도한 부진이 해소될 수 있는 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2000선, 그리고 중기적으로는 2000선을 본격 상향 돌파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중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세가 변수가 될 것이며, 향후 1년이 연준 유동성의 피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시장 환경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상기 내용은 당사의 의견이 아니며 의정부지점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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