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8일 ‘의정부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출범하면서 실무책임자로 선출된 목영대 의정부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시민들이 협동조합에 참여하면 삶이 달라지고, 공동체 살림살이가 무엇인지 체험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함께 협동하고 연대하는 지역공동체를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그에게 협동조합 정신과 향후 전망 등을 물었다.
-각자의 활동영역을 구축한 의정부의 기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의정부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로 연대하는 이유는?
=지역 차원에서 협동하자는 것입니다. 개별조합은 경영문제에 부딪치다 보면 지역사회에 대한 협동과 연대를 소홀히 하게 됩니다. 이제는 개별조합이 성장하기 위해서도 협동조합끼리 협동이 필요합니다. 또한 지역사회라는 틀에서 우리들의 살림살이를 바꿔나갈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모색해보자는 겁니다.
우선은 각 조합이 하고 싶어도 쉽지 않았던 조합원 교육, 홍보, 지역사회 기여 등 공통의 필요를 함께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두 번째는 조합원들이 먹거리뿐만 아니라 의료, 주거,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자는 겁니다. 그래서 의정부 지역사회가 서로 협동하고 연대하는 지역공동체를 회복해 나가야 합니다. 세 번째는 이러한 조합원들의 활동은 참여행정을 통해 지역자치를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협동조합 및 의정부협동네트워크의 장기적 전망은?
=지역사회를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생태계가 자리잡고, 조합원들의 공동체가 살아 숨쉬고, 참여자치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좀더 구체적인 전망찾기는 참여하고 있는 조합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의정부협동네트워크가 장기적 전망을 공감하고 제시하더라도 현실화시킬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협동조합끼리 협동을 통해 자리잡아 가고, 성공하는 전 과정을 지역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특히 협동조합의 관심이 자칫 경제적인 조직운영 방식으로만 이해된다면 조만간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협동조합의 정신과 가치를 제대로 조합원들이 이해하고, 사람관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관계를 협동과 연대정신으로 극복해 가는 과정을 도와줄 수 있는 지원체계를 시급하게 마련해야 하며, 따라서 의정부협동네크워크에서 일부의 역할이라도 맡으려고 합니다.
-기존 주식회사 등 자본주의 영리 시스템과 협동조합의 큰 차별점은?
=경영의 목적이 무엇이냐가 다릅니다. 주식회사는 자본의 이윤창출인데 반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협동조합 사업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조합원들이 이용하고, 조합원을 늘리고, 새로운 욕구를 제안하고, 이를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전 과정에 조합원들이 참여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그동안 ‘돈을 우선해왔던 시장경쟁관계’에서 ‘서로 협력하는 사람관계’로 자신의 삶의 영역을 하나씩 변화시켜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야 협동조합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한살림, 등대생협, 아이쿱은 유기농 먹거리 및 물품구매 등 운영형태가 유사하다. 경쟁체제가 아닐까?
=협동조합도 사업체를 통해서 조합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그 경쟁은 상생의 과정이고 보다 조합원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협력의 관계로 나가는 과정입니다. 왜냐하면 협동과 연대의 지역공동체 복원을 함께 하고자 하는 게 조합원들의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도 조합원들은 한살림, 아이쿱 등 이중 가입을 통해 욕구를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먹거리 생협들이 아파트단지마다, 교회마다 만들어져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의정부협동네트워크 전체 조합원수는 1만5천여명이 넘는다. 이들은 대부분 소비자 회원들이다. 생산과 소비가 하나되는 공동체는 의정부에서는 어렵지 않을까?
=‘생산과 소비가 하나된다’는 것은 우리 살림살이를 협동과 연대의 사회적인 경제로 전환하고, 먹거리 생산에서 유통, 소비의 순환경제가 지역에서 자리잡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우리의 방향과 의지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불가능하기까지 합니다. 왜냐하면 한 지역 자체로 자립할 수 있는 경제구조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능한 영역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한 영역은 조합원들의 욕구를 드러내고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과 뜻을 모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만큼 현실화될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함께하는 1만5천여명의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협동과 연대의 가치로 지역공동체 건설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일반 소비자 회원들이 나름의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동의할까?
=단순 소비자 역할에 머무는 조합원도 협동조합 사업체 운영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자신의 삶(먹거리, 금융, 의료, 장례 등)을 하나씩 협동과 연대의 방식으로 전환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지역사회를 협동과 연대의 공동체로 건설하는데는 조합원들에게 교육과 동기 등이 필요합니다. 이미 지역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의정부협동네트워크의 6월 화요강좌가 진행 중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조합원이 소비자로 가만히 있을 정도로 가정경제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 하우스푸어로 표현되는 주거빈곤층, 비정규직의 고통, 청년실업, 노인부양 증가 등 서민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에 참여도 하고 지역자치에도 관심을 높이게 될 것입니다.
-의정부협동네트워크 조합원 및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협동조합이 아직도 많이 생소합니다. 오히려 농업협동조합을 연상하여 조합원들의 이해보다는 관제협동조합 이미지가 훨씬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역사적으로도 동네에서 협동조합의 정신과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해온 공동체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품앗이, 두레, 계 등이 협동조합의 정신으로 이어져 온 것입니다. 개별적인 활동에 머물던 소비자생활협동조합들이 함께 모여 ‘의정부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로 출범하였습니다. 조합원이 소비자 활동에 머물던 활동에서 지역사회를 협동과 연대의 공동체로 건설해 가려는 첫발을 내디딘 것입니다.
그동안 각 조합의 간부들 중심으로 연대하였다면 이제는 조합원간 연대로 확대 발전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시민 여러분들에게도 협동조합의 참여를 권합니다.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먹거리를 조합원으로 참여하기만 하면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내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의료생협도 있습니다. 더 이상 의료산업의 영리를 위한 과잉진료 걱정을 안해도 되고, 평생 약을 먹어야 된다는 제약업체 영업사원처럼 말하는 의사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장례를 치르면서 상조회사와 장례식장의 횡포에 고인에게 누가 될까 화도 못내고 고스란히 바가지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조합원들이 함께 치르는 공동체장례를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영역에서 협동조합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협동조합 참여로 나 자신의 삶이 달라지고, 공동체 살림살이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