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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일/한국투자증권 의정부지점장 |
6월초 2000포인트 재진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던 코스피는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라는 암초를 만나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1900포인트를 하회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2012년 이후 코스피가 1900포인트를 하회했던 시기는 몇 차례 있었으나 그 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최근엔 우리 증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반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촉발한 것은 아베노믹스에 의구심이 불거진 일본 증시였으나, 최근에는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승승장구하던 미국 증시 또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선진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과 더불어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이머징 시장 내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수급 지표상으로 봤을 때도 최근 한국 증시에서의 자금 유출은 뚜렷하다. 한국 관련 4대 뮤추얼 펀드 플로우에서 글로벌 자금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유출되고 있으며,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로 인한 신흥국 지수 내 비율조정 등을 감안하면 뱅가드 펀드 매도가 끝나더라도 수급 여건은 한동안 녹녹치 않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마디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글로벌 자산의 이동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어 있는 상황인 것이다.
당장 6월 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기자회견에서의 발언들이 시장을 단기적으로 좌우할 수 있다. 버냉키 의장은 QE 축소 시작이 QE 종료가 아니란 점, 채권 매입 프로그램 종료와 기준금리 상승 사이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양적완화 축소 시점에 관한 추가 가이던스가 나오는가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타임 프레임이 제시된다면 출구전략 관련 불확실성 해소에 도움이 된다. 대다수는 매입 축소 시점을 9월로 예상하고 있다.
출구전략 스캐줄이 명확해지면 시장의 관심은 ‘유동성’에서 ‘경기’로 옮겨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에서 이머징 마켓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작년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었던 신흥국들의 성장세가 여전히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OECD는 5월말 올해 중국(+8.5→+7.8%), 인도(+5.9→+5.3%), 브라질(+4.0→+2.9%), 러시아(+3.8→+2.3%) 전망치를 대거 하향 조정했다.
신흥국 경기회복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향후 수요부진 지속,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자금유출 및 자산가격 조정, 통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 압력 등이 커질 경우 회복세 지연이 장기화될 수 있다. 물론 신흥국 성장률은 절대 수치 상으로는 선진국을 상회한다. 그러나 모멘텀 측면에서는 미국, 일본 등 여타 선진국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다. 선진국 경기회복이 신흥국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지만, 당장은 신흥국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치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수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종목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단순하게는 상승장에서 오르는 종목이 더 오르듯이, 하락장에서도 하락하는 종목이 더 하락할 수 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 및 관련 부품주에 대한 실적 점검의 필요성이 대두되듯이, 일부 급등 종목에 대한 차익 실현, 실적 예상치 하향 종목에 대한 손절과 함께 상대적으로 저평가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상기 내용은 당사의 의견이 아니며 의정부지점의 견해입니다.)
한국투자증권 의정부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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