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고만 참으세요. 저 양반 성질 더 건드렸다간 스님 뼈다귀도 못추려요.”
그렇게 애걸하다시피 말리는 마누라를 잠깐 뜨악한 눈길로 쳐다보던 스님이 와락 줄통을 뽑으며 또 소리를 버럭 질렀다. 기세로 보아 당장 김가다를 요절이라도 낼 모습이었다.
“글씨, 보살님은 저리 비켜서랑께요오. 누구 뼈다귀가 결딴 날랑가는 결과를 두고 봐야제. 보살님은 내가 그렇게 물썽물썽해 뵈여?”
김가다는 그렇게 말하는 스님의 짓시늉이 여간 얄밉지가 않았다.
“뭐 뭐얏! 또, 또 보살? 에라이 땡초놈앗!”
“뭐 뭐얏! 땡초? 내가 땡초면 넌 뭐냐 옳지, 땡집사구나?”
김가다가 비호같은 동작으로 스님의 얼굴에다 박치기를 들이 박았다.
“빠악!”
스님이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그때였다. 경찰차가 싸이렌소리를 요란스레 질러대며 나타났다. 그리고 곧 세 사람은 의정부경찰서의 형사 앞에 나란히 앉았다. 턱이 탁 튀어나온 주걱턱 형사가 입맛을 한번 쩝 다시고나서 물었다.
“대체 왜들 그 난장판을 쳤습니까. 벌건 대낮에 차들 죄 줄세워 놓구 말이죠.”
스님이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아니 졸지에 차들을 꼼짝도 못하게 대로에 줄세워 놓고 섰길래 내가 저 아줌니 보고 빨리 차를 옆길로 밀어놓으라고 했는디, 아 다짜고짜로 뻘건책으루다 내 머리통을 칵 쎄리 버리길래...”
스님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김가다가 또 소리를 버럭 질렀다.
“왜 멀쩡한 남의 마누라보고 보살이라구 했! 보살이 뭐야 임마, 보살이? 땡초놈 주제에. 김새게”
“헉! 또 또 땡초? 노옴? 옛끼! 죽어서 바퀴벌레로 환생할 땡집사놈앗!”
형사가 양 손을 벌려 두사람을 제지하면서 낮게 그러나 고압적인 말투로 말했다.
“이보셔덜! 여기까지 와서도 땡초니 땡집사니 싸울거요? 두 양반 다 영창에 갈려우?”
“그나저나 스님의 머리통을 후려친 뻘건책이 뭐요?”
“성경책입니다.”
“교회 다니시는 모양인데 직분이 뭡니까?”
“지...집삽니다.”
“참 자알덜 하십니다. 집사님은 성경책으로 스님의 머리통을 작살내고 스님은 집사님의 콧등을 박치기로 붕어빵을 맹글어 놓구덜...”
승용차를 공업사에 맡겨놓고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아내는 김가다의 콧등을 살살 쓰다듬으면서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당신은 코 빼어놓으면 볼 것 하나 없는 얼굴인데 하필이면 코를...그나저나 미안해요. 내가 고집부리구 차 몰고 나오는 바람에.”
“아냐, 새 차 못 사준 내 탓이지 뭐. 그나저나 이놈의 땡초놈 한번만 또 걸려봐라, 그냥. 내 마누라 보고 보살이 뭐야 보살이...”
해마다 성하의 계절인 7월이 오면 문득문득 그때 그 소림사와의 혈투가 생각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