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OECD에서는 각 회원국의 보건지표를 비교 분석한 ‘OECD Health Data 2013’을 발표했다. ‘국가별 보건의료수준의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상당히 ‘우수’한 편에 속한다.
대표적인 지표인 ‘평균수명’(한국 81.1세)과 ‘영아사망율’(출생아1,000명당 한국3명)이 OECD 평균치(80.1세, 4.1명)를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GDP 대비 국민의료비 지출 규모가 7.4%로 OECD 회원국 평균인 9.3%에 크게 못 미치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 적용으로 ‘높은 의료접근성’과 ‘비용 효과적인 의료체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까닭이다.
이런 성과에 건강보험이 큰 역할을 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고민도 있다. 이들 선진국에 비해 턱 없이 낮은 보장성도 매년 지적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우리나라 국민의료비 지출 중 공공재원에 의한 지출 비율은 55.3%로 회원국 평균인 72.2%에 한참 못 미친다. 이에 반해 국민의료비 중 가계부문에서의 지출 비율은 35.2%로 회원국 평균인 19.6%보다 약 1.8배 높다.
즉, ‘건강보험(공공재원) 보장이 낮아 의료비에 대한 가계 부담이 높다’라는 말이 되고 총체적으로 해석하면 ‘비용 효과적인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료를 더 걷어 보장성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보험료 인상이 가능할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보험료율은 5.89%로 독일(15.5%), 프랑스(13.85%), 일본(9.48%)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보험료 인상과 관련한 불만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경기침제라는 시대적 상황도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복잡하고 형평성이 없는 보험료 부과체계’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상이한 보험료 부과체계’다. 직장가입자 보험료는 소득(월급)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지역가입자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복잡하다. 소득, 전월세를 포함한 재산, 자동차, 가족 구성원의 성별, 나이 등 가입자의 특성에 따라 보험료가 계산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원화된 체계 때문에 상식을 벗어나는 모순도 발생한다.
실직해 지역가입자가 되는 경우, 소득이 없어졌음에도 거의 대부분 보험료가 오른다. 직장에선 감안하지 않던 재산이나 자동차에 대해서도 보험료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또 피부양자로 보험료를 면제받던 가족들도 보험료를 내야 된다. 주민등록이 달리 되어 있다면 각자 부담해야 한다.
바로 전 국민의료보험이 시행된 24년 전에 사용하던 방식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실직자 증가, 인구 고령화 등으로 대변되는 현 사회상을 감안한다면 더 이상 이런 구시대적인 방식을 유지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가입자인 국민들의 원성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공단 이사장(김종대)부터 언론을 통해 기존 부과방식의 불합리성을 공개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소득 중심으로의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그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공단의 정책 보고서인 ‘건강복지플랜’은 작년 8월 정부에 제출되었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 선정되었으며, 보건복지부도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등을 포함한 제도 개혁안을 올 연말까지 내놓기로 했다고 한다.
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가 개편되면 기존 재산, 자동차를 대체할 부과원이 있어야 한다. 기존 부과 대상인 근로소득뿐만 아니라 금융, 사업, 연금 등 모든 소득원에 대해 보험료 부과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세청의 소득 자료를 공단이 활용하도록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국회도 관련법 개정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세계적으로 제도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건강보험이 앞으로도 지속되려면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부과체계 마련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