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되풀이 되는 자연재해로 시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피해가 없으면 이상할 정도로 여름이면 집중호우에 연례행사처럼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인간의 삶이 자연의 순리와 위배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이상기후를 만든데 제일차적 원인이 있다. 또한 삶의 공간이 도시화되면서 주변의 산을 깎아 주택이나 각종 건축물을 짓고, 도로·철도를 건설하고, 식량생산창고인 논밭을 메우는 등 자연의 담수기능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실공사도 한몫 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폭우만 쏟아지면 산이 무너지고, 하천이 범람한다.
지난 98년 경기북부지역에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져 의정부, 양주, 동두천에서만도 50여명이 넘는 시민이 산사태로 흙에 묻히거나 하천에 휩쓸려 죽었다. 이재민만 해도 2만여명이 발생했다. 당시 동두천은 그야말로 물바다였다. 이같은 천재지변 뒤에는 항상 인재가 숨어 있어 시민들은 재난재해당국을 상대로 분노했다. 의정부시, 양주시, 동두천시는 당시의 무시무시한 비 피해에 진저리를 치며 수해백서 등을 만들어 앞날을 대비했다.
8년이 지난 지금 양주시의 경우 재난재해 매뉴얼을 해마다 갱신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왔다. 98년 때보다 더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지만 17일까지의 피해 잠정 집계액은 수십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신천이나 곡릉천 등 큰 하천에 대한 정비를 우선시해서인지 오산천이라는 도랑에서 꽃다운 나이의 백석중학교 남매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죽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사실 백석읍에 있는 오산천은 넘쳐봐야 주위 논으로 물이 흘러갈 뿐 저지대 침수 등의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하천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인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교통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시골길로 통학하다보니, 학생들은 오산천 주위 농로를 지름길 삼아 왔다. 양주시가 뒤늦게 사고지점에 대한 안전망 설치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남매는 다시는 살아돌아올 수 없다. 말 그대로 사후약방문이다. 다른 곳에서도 제2의 남매사망사건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기상청과 정부,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 대중집합시설, 개인까지 치밀한 방재시스템으로 연결돼 재난재해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처했어도 이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지는데 학생들을 귀가시킨 학교가 호우경보를 제대로 인지했는지도 궁금하다.
우리나라가 재해예산의 60%를 복구비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언제든 사고가 터진 뒤에야 땜질하겠다는 안일한 문제의식을 대변한다. 획기적으로 선제 방재를 추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좀더 면밀히 재난재해 대비책을 세워 다시는 안타까운 목숨을 잃거나 피같은 예산을 헛되게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