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안개의 시
남한강에는 무시로 안개가 찾아온다
산과 나무와 하늘이
인간의 마을과 집들이
옷 갈아입을 틈을 주는 걸까
커튼처럼 그리움을 숨긴 나무들
흐릿하게 흔들린다, 바람이 불면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편지를 쓴다
시간의 얼굴을 뜨겁게 새기지만
허무하게 지워질지 모를 일이다
답을 찾지 마라, 남한강에 이르러 안개는
느릿느릿 삶을 다독거리는 물결 위에서
멀고 가까운 아픔의 언저리를 떠돌 뿐
새롭게 눈 뜨는 것은 없다
흘러간 지 이미 오래인 물결이
서늘하게 저며 온다
선율로 맴돈다, 강의 내안(內岸)
구석구석 세월 저편에서
물내음으로 건너오는
가슴 아린 안개 속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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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춘보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