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말똥구리에 대한 관찰일지
눈빛이 말똥거리는 놈
구릿빛 갑옷을 입고서
악취에도 끄떡없이 버티는 놈
쇠똥을 보면
즉각 쇠똥구리로 변신하는 놈
원래는 똑같은 놈,
모자에 말똥하나 붙이고
달랑 이파리 하나 단 쇠똥구리 순경을
쥐 잡듯이 샅샅이 뒤지는 놈
집채만한 축구공을 굴리는 놈
지구를 거꾸로 쳐 들고서 제 집으로 옮기는 놈,
말의 똥구멍만 따라다니는 놈
냄새나는 마굿간을 들락거리는 놈
말과 내통 하는 놈
수렁속에 빠져서도
지팡이를 타고 기어나오는 놈,
저놈을 똥통속에 빠트릴수도
우상처럼 떠 받들수도 없어
말똥구리는
말똥같은 똥구멍만 핥고 있다
그래서 그놈의 사타구니에선 단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