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원의 오른팔, 왼팔로 지칭되던 두 명의 촉망받는 ‘청년 정치인’이 있었다. 현재의 김경호 경기도의회 의장과 박세혁 의정부시시설관리공단 본부장이 그들이다. 그들은 오랜 세월 문희상 의원을 보좌하며 ‘의정부 민주당’을 지켜왔다.
새해부터 박세혁 본부장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1960년생인 박 본부장은 ‘보석 같은 청년’을 본인의 브랜드로 내세우며, 1994년 열린 지방선거에서 34세의 젊은 나이에 당선돼 제2대 의정부시의회 의원이 됐다. 이후 내리 3선 고지에 오르며 의정부시의회 의장까지 역임하는 등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러다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류기남 경기도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열린 2005년 4월30일 보궐선거를 위해 시의원직을 사퇴하면서부터다. 신인 정치인인 한나라당 김남성 후보에게 패했고, 2006년 5월31일 지방선거에서도 연거푸 낙선했다.
패잔병으로 전전하던 박 본부장은 역설적이게도 김남성 경기도의원이 살려냈다. 김남성 도의원이 2008년 4월9일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도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실시된 같은 해 6월4일 보궐선거에 통합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에서도 당선, 재선 의원 자격으로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장을 맡는 등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2005년 도의원 욕심에 따른 시의원직 사퇴에 이어 2012년에도 국회의원 욕망을 감추지 못하고 도의원직을 사퇴하며 추락의 길을 또다시 걷는다. 2012년 4월11일 총선에 출마하려다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중도사퇴 금지를 권고했었다.
이렇게 의정부에서 존재가치가 실종된 박 본부장을 민주당이 다시 살려냈다. 민주당 소속 안병용 시장의 의정부시가 2013년 10월21일 여러 명의 본부장 후보들 중 박 본부장을 임명한 것이다. 박 본부장이 시의원과 의장 당시 의회에 업무보고하던 의정부 공무원 출신인 노만균 이사장 밑으로 들어가는 낯 뜨거운 일은 존재가치 실종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 같다.
이야기가 길었다. 그렇게 20년 이상을 의정부시민들의 은혜와 민주당의 가호를 입었는데, 난데없이 그의 부인이 오는 6월4일 지방선거에 출마하려 한단다. 그것도 박 본부장이 수십년간 터 닦은 지역구에 말이다. 여성후보 배려로 가번을 받아 당선되면 부인이 공단을 상대로 행정사무감사를 해야 할텐데, 상상만 해도 이같은 블랙코미디는 의정부 역사상 없을 것 같다.
남편과 부인이 의정부시와 민주당을 사유화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부인이 ‘박세혁 지분’을 근거로 출마하려면 박 본부장은 공단에서 사직하는 게 옳다는 지적은 불가피할 것 같다. 의정부시와 민주당에 보은하려면 부인은 조건 없이 백의종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의정부시와 민주당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판단할 능력은 아직 남아있을 것 같아 새해부터 지루한 이야기를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