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연극계의 중심, 오폴레 극장이 선사하는 금세기 가장 강렬하고 파격적인 맥베스
러시아 공연예술 축제 ‘골든 마스크 어워드’ 연극 예술 축제 ‘칼리슈 시어터 미팅스’ 5관왕
2014년 셰익스피어의 탄생 450주년을 기념하여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연이어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에서 온 신선한 맥베스가 눈길을 끈다.
제13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해외공식초청작으로 선정된 <맥베스>는 폴란드 내에서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는 ‘오폴레 극장’의 작품이다. 폴란드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여류 연출가 ‘마야 클레체프스카(Maja Kleczewska)’가 연출을 맡았으며, 이 작품은 그녀의 연출기법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집약체’로 평가받는 수작이다. 팝 컬쳐(pop culture)의 영향을 받고 자란 젊은 연출가는 시니컬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무기로 펑키하며 섹슈얼한, 저급하지만 자유로운 ‘맥베스’를 재탄생시켰다.
극의 첫 장면은 왕가위의 영화 ‘화양연화’로 잘 알려진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Quizas Quizas Quizas)’로 시작하면서 세 마녀 중 한 명 -극중 ‘드래그 퀸(Drag Queen)’-이 오묘한 몸짓으로 걸어나온다. 이 첫 장면에서 느껴지는 도발적이면서 냉소적인 느낌은 120분의 러닝타임이 끝날 때 까지 여운이 남아있을 정도로 강렬하다.
오폴레 극장의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원작보다 더욱 냉소적이고 도발적인 세계관을 기반으로 배경을 설정한다. 원작에서 보여주는 왕을 죽이는 기사 맥베스는 마약을 하는 뒷골목의 깡패로 분한다. 창녀들은 맥베스가 갱스터의 우두머리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며 파티를 시작하지만, 원작인 ‘맥베스’를 비웃는 듯한 냉소적인 장면이 극 전반에 깔려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텍스트 속에서 발견한 ‘현대성’, 현대성이 지닌 ‘잔인함’, 그리고 ‘악(惡)’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악이 출현하면서 단계적으로 가속도가 붙는 악의 연쇄 과정에 주목한다. 고전 ‘맥베스’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통찰력과 비현실적인 시선으로 바라 본 무대와 대사가 압권이다.
색다른 표현 방법 또한 눈여겨 볼 만 하다. <맥베스> 속의 악은 매력적인 팝 문화의 힘을 입어 유혹과 확산의 힘을 가지고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에서의 마녀들은 허브, 쥐, 뱀, 피부, 심장, 올빼미로 마술을 부렸다면, 오폴레 극장의 <맥베스>는 속눈썹과 가짜 가슴을 붙이고, 가발을 쓰는 등 원작의 마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본질을 표현했다.
연출가 ‘마야 클레체프스카’는 한 매체를 통해 ‘시대는 변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옛날 그대로 잔존한다’라고 했으며, 햄릿, 맥베스, 보이첵 등 고전작품들을 ‘죽어있는 연극’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러한 연출자의 상상력이 <맥베스>를 스코틀랜드의 고성(古城)에서 갱스터들과 창녀들이 있는 비루한 뒷골목으로 배경을 옮겼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죽어있는 ‘맥베스’는 그저 쓸모없는 대사와 같았을 것이다.
오폴레 극장의 <맥베스>는 2012년 영국 월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World Shakespeare Festival 2012)에 폴란드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Shakespeare’s Globe Theatre)에서 폴란드어로 공연을 가졌으며, 4500명이라는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공연 후, 관객들뿐만 아니라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공연 평가의 찬반 논란이 일어나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킨 문제작으로 기자와 감독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이외에도 러시아 공연예술 축제 ‘골든 마스크 어워드’에서 남우․여우주연상을, 연극 예술 축제 ‘칼리슈 시어터 미팅스’에서 남우․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심장이 뛰는 살아있는 이번 <맥베스>는 오는 5월 13일부터 14일까지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티켓 예매는 의정부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uac.or.kr)와 인터파크 (www.interpark.com, 1544-1555)를 통해 할 수 있다.
티켓예매 문의: 031-828-5841~2/ R석 4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