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6명이다. 시어머니, 남편, 나,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인 딸과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있다. 우리 가족은 8년전 이곳으로 이사왔다. 서울 친정에서 살았는데 남편은 옥탑방에서 지냈다. 그러다가 남편이 이곳을 지나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봐 났다고 하면서 나와 아이들을 끌고 갔다.
정말 그야말로 그림 같은 집이었다. 넓은 마당이 있고 제법 넓은 방이 세 개였다. 아이들도 좋아했지만 우린 사실 가진게 별로 없었다. 그래도 남편은 어떻게든 집값을 마련한다며 결국 그 집을 사고 말았다.
집의 어느 위치에서도 소요산이 바라다 보였다.
창문을 열면 그야말로 달콤한 아카시아향 바람이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깨끗한 공기는 처음이었다. 그럭저럭 꿈같은 몇 년을 살았다. 마당은 획을 그어 잔디도 심고, 줄장미, 라일락, 모란 등과 사과, 배 등 유실수도 심었다.
한쪽에는 텃밭을 일궈 쑥갓, 부추, 고추도 심었다.
농사에 아는 게 별로 없는 터라 나무도 몇 그루 죽고 채소는 벌레가 먹어 못 먹게 되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푸른 마당이 너무 좋아 민들레, 제비꽃, 잡풀 조차 뽑아버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신나게 놀았다. 집 뒤에 있는 초등학교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직 어린 터라 딸이랑 큰아들이 한방을 쓰고 시어머니가 한 방 쓰고 우리부부는 3살인 막내아들과 한방을 썼다. 가끔씩 집값이 걱정은 됐지만 남편은 걱정 없다고 해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은행에서 가끔씩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 횟수가 점점 많아지자 걱정이 되었다. 남편은 걱정 말라고 하지만 문제가 간단한 것 같지 않았다. 하루는 은행에서 사람이 왔는데 그 동안 밀린 이자를 안내면 경매된다는 말을 했다.
몸이 굳어지고 할말을 잃었다. 혼자 고민해 온 남편의 고통보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남편이 더 미웠다. 어렵게 구해 이자를 갚고 경매는 면했지만 나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몇 년이 흘렀다. 여전히 집값을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그동안 집은 많이 낡아서 벽지는 누렇게 변했고 수도꼭지와 변기에서도 물이 샌다. 겨울엔 습기로 인해 벽이 꺼멓게 곰팡이가 슬었다. 아이들은 부쩍 커서 각방 쓰고 싶어한다. 마당도 많이 변해서 잔디는 줄고 밭이 더 넓어졌다. 여행도 안하고 외식도 거의 안 했다. 그래도 소요산의 달콤한 바람은 여젼히 집안을 가득 채워주고 마당에 심어진 나무는 그동안 부쩍 자라 마당에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도 아픈데 없이 착하게 잘 자라 주었다.
조그맘 더 여유가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지만, 만약에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또다시 조금 더 바라게 되고 그렇게 욕심은 끝이 없을 것이다.
가족의 건강에 대한 욕심은 맘껏 부려도 좋지만, 가지는 것에 대한 욕심은 버리며 살고 싶다. 낡아 버린 우리집은 우리가족에겐 더 없이 좋은 안식처이다.
<제6회 시민백일장 국회의원상│산문부문 차상 수상작품>
<동두천문학> 2005·8집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