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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교류전(왼쪽이 필자). |
바둑을 좋아하는 나에게 들려 온 소식이 있었다. 재미있는 바둑영화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바둑과 폭력을 비장하게 버무린 ‘신의 한 수’였다.
비록 사상 최대 관객을 동원한 위대한 이순신 장군님의 ‘명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바둑을 소재로 400만명이나 되는 관객을 모았다는 건 바둑팬의 한 사람으로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의 바둑실력이 다소 부족한 탓인지 첫 장면의 “패착을 한다”라는 대사부터(“패착을 두다”가 바른 표현) 영화 중간 중간 바둑판 배석의 어색함 등이 옥의 티이긴 했으나, 고수바둑의 긴장감과 무림고수 승부사들의 카리스마, 거기에다 초콜릿 복근이 멋진 정우성과 이범수, 이시영 등이 홍콩 느와르적 향취를 물씬 풍기며 숨가쁘게 펼쳐내는 화려한 액션신은 오락영화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나는 ㈜대우 근무 시절 고교동문바둑대회에서 우승해 한국기원 공인 아마5단을 취득하였고, 최대 바둑사이트 타이젬의 6단이기도 한데, 순장바둑(흑백이 교대로 화점부터 먼저 놓고 시작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바둑)의 고수셨던 외조부의 영향으로 어릴 적 외삼촌들로부터 바둑을 배웠고 특히 막내 외삼촌인 최순돈 영남대 부총장은 방학 때마다 머리를 맞대는 오랜 바둑친구이다.
종종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그 표현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수많은 바둑격언도 하나 같이 우리네 삶에 닿아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10대 격언인 圍棋十訣(위기십결) 역시 첫째인 不得貪勝(부득탐승: 탐하기만 해선 승리를 얻을 수 없다)에서부터 捨小取大(사소취대: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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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시 자선바둑대회. |
그러다보니 나 역시 인생의 힘든 시기에 바둑의 신세를 적잖이 졌다. 재작년 봄 황당한 변고를 당한 후 지역 바둑협회 활동에 적극 앞장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의정부바둑협회를 권대출 협회장을 비롯한 여러 지역 애기가들과 새로이 출범시켜 낙원웨딩홀 부근에 회관을 마련하고 몇 차례 불우이웃돕기 자선바둑대회도 개최하여 어려운 분들을 돕기도 하였고, 추석 전 또 한 차례 자선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재작년 가을에 열린 제1회 회룡문화제 시민바둑대회에 송산동팀 주장으로 출전, 3위에 입상하기도 하였는데 작년부터 다시 없어져 유감스러웠다.
인터넷시대 개막 이후 젊은 세대가 각종 온라인게임에 빠져 줄곧 바둑 인구가 줄어 걱정스러웠는데 요즘 들어 어린이바둑교실과 방과 후 바둑교실에 가입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각종 바둑대회가 신설되는 등 바둑 인기가 회복된다는 뉴스를 접할 때 정말 기쁘다.
여기에는 지난 두 차례의 한중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바둑을 소재로 덕담을 나누고 선물을 주고 받은 훈훈한 장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바둑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재임 중 양국 간 ‘바둑외교’가 꾸준히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8월16일에는 매년 양국 교차 방문으로 이번에는 관악캠퍼스 교수회관에서 열리는 서울대 동경대 바둑부 OB교류전에 출전하게 되는데, 예민한 시기에 열리는 한일전이기도 한 만큼 전승의 각오를 다져 본다.
죄짓거나 물의를 빚어 세상을 어지럽히는 인물 중 바둑이 취미인 자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정의가 살아 숨 쉬고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위해서도 바둑팬이 꾸준히 늘어가길 소망하며, 영화 ‘신의 한 수’ 후반부에서 암시한 대로 더욱 흥미진진한 속편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