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년을 마치고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많은 생각과 장면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중국에 있을 때 학교 유학생 모임에서 제일 많이 하던 얘기가 군대 제대 후 중국어를 잊어버리거나 학교에 적응을 못하면 어떻게 하나, 혹은 군대는 대학 졸업 후 가야 되지 않을까 등이다. 솔직히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유학생에게 군대란 커다란 불안요소 중 하나이다. 군대에 간다는 것 자체가 불안하기보다는 아마도 현재 공부하고 있는 언어의 특성상 조금이라도 공부를 게을리하면 뒤처지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일 게다. 그래서 나는 공항에서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고 또 돌아다보았다. 행여 있지도 않은 여자 친구가 배웅을 나오지는 않을까 기대하는 심정이랄까.
그 외에 또 나누었던 얘기가, 만일 “한국에서 전쟁이 터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몇몇 친구들은 한국에 가지 않고 해외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혹은 도망칠 것이라 한다. 물론 나도 전쟁이 싫고 죽는 게 두렵다. 하지만 한국에서 전쟁 중인 친구들은 두렵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가족들은 누가 보호해줄까? 나는 대단한 애국자는 아니지만, 최소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조국을 위해 군대는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수없이 많은 조상들의 희생과 봉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후손들을 위해 이 땅을 지키고 자기 자신을 희생 시켜왔다. 후손들, 후대의 정부가 그들을 어떻게 대해주던 상관없이 말이다. 그런데 내가 만일 전쟁이 났을 때 임하지 않는다면 우리를 위해 싸우신 조상들에게 죄송스러움도 있겠지만, 나의 양심과 자아에도 상처를 남기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와 쌍둥이 동생은 미련 없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어릴 적 가끔 아버지께서 군복을 입은 모습을 보았다. 후일 그것이 군복이 아니고 해병대 전우회 복장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어쨌든 나의 눈에는 최고로 멋있었다. 아마도 그때부터 막연하게 해병대가 머릿속에 자리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버지가 있는 모임에서 가끔 부대 위문을 가곤 했는데, 어느 날 화성에 있는 해병대 사령부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총도 만져보고 가까이에서 탱크를 보며 쌍둥이 동생과 나는 이다음에 해병대에 꼭 함께 가자며 다짐했다. 또 가끔씩 아버지께서 해병대 관련 서적을 가져다주시면 우리는 그것을 재미있게 읽곤 했다.
이제 어느덧 군대에 입대할 만큼 자란 나와 쌍둥이 동생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해병대 입영을 앞두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아버지는 오늘도 말씀하신다. “틀림없이 멋지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군이 될 것이다.”라고. 우리 쌍둥이 형제는 아버지의 말씀처럼 국방의 의무를 당당히 마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멋진 해병가족의 일원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