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해체가 우리 사회에서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뽑아내도 끈질기게 살아나는 아카시아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생채기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이금이의 장편동화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은 할머니의 죽음과 엄마의 가출, 아버지의 폭력과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무능함 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두 아이 큰돌이와 영미의 이야기를 소담스럽게 전해준다.
이제 겨우 2학년인 큰돌이와 일곱살 밖에 되지 않은 영미는 보살핌을 전혀 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들이지만 적어도 둘 사이에는 서로 지켜줘야 할 이유가 있다.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함께 기다려야 한다. 큰돌이는 ‘나쁜 큰돌이’에게 넘어가 차비로 쭈쭈바를 사 먹는 말썽꾸러기이지만 혼자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영미에게 줄 쭈쭈바도 함께 사는 다정한 오빠이기도 하다. 찔래순을 먹을 때, 오빠에게 양보를 할 줄 아는 착한 아이 영미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의 작은 행복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어른들의 잣대로 볼 때, 아이들은 거지꼴로 하고 다니는 불쌍한 아이들일 뿐이다. 어쩌다 보니 엄마가 없는 아이들이 되었고, 또 어쩌다 보니 어른들 때문에 새엄마가 생긴다. 두 아이에게 각자 다른 새엄마가.
새엄마가 생긴 이후로 아이들은 깨끗해지고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더 이상 행복하지 않고 걱정과 그리움만 쌓여간다. 신기하고 좋은 것이 보이면 놀라워하다가 바로 영미를, 그리고 오빠를 떠올린다. 같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깨끗한 집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살고 있는 남매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철저하게 깨져버린 가족은 새엄마라는 존재를 통해서 다시 만나게 된다. 아이들이 행복할 것이냐 아니냐는 여기서 다시 시작된다.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 후편으로 나온 <밤티마을 영미네 집>과 <밤티마을 봄이네 집>을 통해서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진행된다.
작가 이금이는 <유진과 유진>에서 아동 성폭력 문제를, <너도 하늘말나리야>에서는 부모의 이혼과 죽음을,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에서는 장애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내고 있는 수많은 문제가 작가들의 시각과 필력을 통해 책 속으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있다.
어른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의붓자녀 뿐만 아니라 이제는 친자녀를 성폭행한 아버지에 대한 기사가 과히 놀랍기는 하지만 충격적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다음에 나올 기사가 무엇인지 기대하기는 싫지만 인간성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