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sight, out of mind'란 말이 있다. 즉,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은 지도 어느덧 4년의 시간이 흘렀다.
도발 당시에는 안보 위협에 대한 경각심과 포격 도발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전국을 뒤덮었다. 하지만 포격 도발이 국민들의 눈에서 멀어지면서, 즉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당시의 위기감과 추모에 대한 기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들의 뇌리에서 잊히고 있다. 즉 포격 도발 당시의 모든 것이 우리들의 마음에서 이미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약술하자면 2010년 11월 23일 14 :30분경 북한이 대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가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민간인 포함 4명의 사망과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대연평도의 많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는 1953년 휴전협정 이후 북한이 우리나라의 영토를 직접 공격하여 민간인이 사망한 최초의 사건으로 중국을 제외한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의 행위를 규탄한 바 있었던 명백한 북한의 대남 폭력 도발 사건이다.
한 사건에 대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는 것처럼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잊혀 가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고 어찌 보면 응당 그래야만 한다. 우리가 당시의 아픔과 위기감에 사로잡혀 언제까지나 무거운 마음으로 침울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눈에서는 당시의 기억이 멀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동시에 세리(世理)에도 합당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도발 사건에 대한 기억 전부를 잊어도 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의 아픔은 잊음이 응당하나 그 아픔으로부터 파생된 교훈은 결코 망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4년 전의 도발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우선은 평화의 기반으로서의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이다. 2010년 11월 당시에는 북한의 폭력 도발행위(사실상의 남침 행위)가 대연평도 7.01㎢의 면적에 국한되었지만 만일 북한의 폭력 도발행위가 남한 99,720km²의 면적 전체에 대하여 이루어졌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필경 이는 후대의 사가(史家)에 의해 제2차 한국전쟁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2010년의 폭력 도발이 교전으로 이어졌음을 감안하면 이는 우리나라의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서 평화의 기반인 안보의 중요성을 우리가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의 주적(主敵)으로서의 북한의 실체에 대한 인식이다. 2010년 11월 포격 사건의 8개월 전 우리는 천안함 폭침 사건을 경험했다.
이 또한 11월의 포격 사건과 더불어 북한의 노골적 대남 폭력 도발 사건으로, 겉으로는 평화와 화합을 주창하며 속으로는 끊임없는 남침, 도발 등 대남 무력행위를 구상하고 있는 북한의 실체를 우리에게 각인해 준 사건이다. 물론 북한 또한 한민족으로서 협력과 공존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하나로 화합해야 할 우리의 반쪽이다. 하지만 북한의 현상(現狀)이 이러한 이상(理想)과 괴리되어 있다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여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다시 말해 북한은 화합과 공존의 대상인 동시에 군사적으로는 우리의 주적임을 2011년의 포격을 위시한 일련의 도발행위를 통해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로는 북한의 불법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의 대내외적 체계 구축의 필요성이다. 2011년의 포격 도발은 대내적으로 북한의 도발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군사․지휘상 역량의 확립, 애국정신 및 상술한 두 교훈을 국민에게 일깨울 수 있는 교육 체계 수립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한편 대외적으로 한미군사동맹의 공고화를 통해 북한의 전쟁 또는 그에 준하는 도발 행위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일이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조건임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의 기억력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아무리 충격적인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필요한 사항을 영원히 기억하여 그것을 은감불원(殷鑑不遠)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역사라는 거울이 있다. 비록 연평도 포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에서는 멀어질지언정 역사의 거울을 통해서 우리가 얻은 교훈만큼은 마음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데프콘5(전쟁이 없는 평화 상태)가 아닌 데프콘4(군사적으로 대립중인 상태)가 상시 발령되어 있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