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부지사 실패·안병용 시장 검찰조사 등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결심했다. 이제 100일째다. 신생아도 100일이 지나면 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시간이다. 어느 정도 적응했다.”
김경호 전 경기도의회 의장이 지난 8월24일 생업을 위해 택시기사를 시작한 지 12월2일자로 100일을 맞았다.
시의원 3선, 도의원 2선 등 20여년 동안 선출직 공인으로 살다보니 정작 서민인 자신은 서민의 직업을 갖지 않았다. 새로운 도전이 안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복대학교 복지행정학과 초빙교수로서 자치행정론을 강의하는 화요일은 휴무일이다. 그는 잠시 시간을 마련해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오후 4시부터 새벽 4시까지 5일 근무한 뒤 교대한다. 5일 동안은 미국에서 자고, 또 5일 동안은 한국에서 자는 셈이다. 처음에는 잠 자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1일 2교대 12시간씩 운행하다보니 술은 거의 마시지 못한다. 택시기사들이 외로운 이유 중 하나다.”
25일 근무기준 기본급은 세금공제 후 54만원 정도를 받는다. 사납금 채우고 남은 돈을 합치면 평균 120~150만원이 손에 쥐어진다. 최저시급보다 못하다. 다들 그렇다. 그는 100일 동안 하루 사납금 10만원을 채우지 못한 날이 나흘 있었다고 한다. 택시기사들의 생활이 걱정스러우면서도 존경스럽다고 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시자는 체험형에 스페어 기사고, 나는 생계형에 고정직이다. 싫고 좋고 할 게 없다. 무조건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후회는 없다. 그러다보니 참을성이 커졌다. 많은 것도 배웠다. 손님들은 얘기만 들어줘도 좋아한다. 고민도 털어놓는다. 시민의 폭넓은 의견을 듣는 귀중한 시간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몫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 도전 실패에 대해서는 “내가 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음에도 실패했다. 반성을 많이 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그 자리는 내 몫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뒤늦게 했다”고 말했다. 사회통합부지사가 됐더라도 주말은 택시를 운전할 계획이었다.
경전철 경로무임 시행에 따른 공직선거법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의정부시청을 압수수색하고 안병용 시장을 소환 조사한 사건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그는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행정은 선거에 연연하지 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능할 수 있다”며 “그러나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라 했다.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의심 받고 오해 살만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선거 끝나고 발표해도 될 일이었다. 직무대행이던 손경식 부시장이 서둘러 처리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신중했어야 할 일이었지만 안병용 시장에게 모든 화살이 쏟아져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앞으로의 정치일정에 대해서는 “정치는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전장에 나가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장수는 유불리를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나가야 한다. 비겁하지 말아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계파 청산 등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을 해야 살아남는다”며 에둘러 국회의원이나 시장 도전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김 전 의장은 “일부에서는 택시기사 생활이 또다른 정치이력만 쌓는 정치적 행위라고 말하는데,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면 김경호의 진정성을 반드시 알아주실 것”이라고 강조하며 경복대로 출발했다. 200일째를 기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