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두뇌를 선도하는 지적 공간
분기마다 떠나는 역사기행 모임까지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다-에머슨
양주시 덕정동 주공4단지 청담아파트 관리사무소 안. 흔히 관리실과 노인정으로 치부되던 공간에 책이 가득 꽂혀 있다. 청담마을문고다.
청담마을문고를 관리하는 이수희(48)회장은 문고 회장 4년차다. 이회장이 문고일을 맡은 이래 나날이 규모가 커진 청담마을문고는 이제 대여카드회원 450명과 자원봉사자 10명, 나우리독서회 10명 규모로 발전했다. 모두 자원봉사라고는 하지만 5천권의 책 규모와 부대시설, 거기에 계속 자료를 보충해야 하는 도서관 입장에서 돈이 한 푼 안들 수는 없는 노릇.
“책 등은 기증받으며 자체 회비를 걷고 시·동사무소에서 얼마간의 지원이 나와요. 또 동대표 회의에서 도서구입비를 어느 정도 도와줍니다.”
청담문고와 같은 마을도서관은 지역의 두뇌를 선도하는 지적 공간이라는 사명을 갖는다. 당연히 사람들을 이끌 이벤트가 필요하다.
청담마을문고의 대표적인 행사로 가족이 갈 수 있는 역사기행이 있다. 벌써 11차 행사를 채운 역사기행은 1년에 4번 열린다. 학교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아이들은 역사 유물과 위인의 자취를 눈 앞에서 접하고 단순한 여행이 아닌 살아있는 교육을 체험한다.
돌아오면서는 인상에 남은 것에 대한 질의응답, 토론을 거쳐 표현능력과 공감대 형성, 타인의 의견을 듣고 수용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올 6월에는 정선, 아우라지를 다녀왔고 9월에는 강화도로 갈 예정이다.
마을문고에서 함께 일하는 이안순 회원은 “자주 가진 못했지만 선생님과 같이 역사기행에 가서 자연과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이 좋아요”라고 말하며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쳤을 것들에 다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처음 문고를 시작할 때 당시 주변의 그릇된 관심이나 회원끼리의 조율이 힘들었다는 이수희 회장은 이제는 회원들끼리 호흡이 잘 맞는다고 웃는다. 무엇보다 할머니 몇 분이 고령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책을 찾는 걸 보면 힘이 돋는다고 한다.
같이 일하는 회원과 자원봉사자들은 문고에서 책을 공유함으로써 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또 많은 사람을 알게 되어 책 외에도 다양한 삶의 정보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자랑에 한마디씩 보탠다.
큰 욕심 없이 아이들 독서회 등을 만들고 지금 추진중인 역사기행을 잘 유지해 가고 싶다는 이수희 회장의 작은 바람과 친구 같은 회원들을 보며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라는 에머슨의 명언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