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막을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전국시대 초기에 노나라에 공수반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천민 출신인데 탁월한 목공실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마침 초나라 혜왕은 천하의 패권을 회복할 목적으로 군대를 맹훈련시켜 송나라를 공격할 준비를 했다.
혜왕은 공수반의 능력을 높이 사 대부 자리를 내주었다. 특히 공수반은 도끼 쓰는 재간이 특출해서 어느 누구도 그와 솜씨를 겨룰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부가 된 공수반은 혜왕의 명에 따라 성을 공격하는데 쓰는 공성(攻城) 도구를 제작했다. 이 공성 도구는 사다리가 있는 수레 비슷한 것으로, 그 높이가 예전에 사용하던 것보다 훨씬 높아 꼭대기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까지 닿는다고 해서 운제(雲梯)라고 불리우는 최고의 공성무기였다.
제나라에 있던 묵자는 초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발에 물집이 잡혀 피가 날 정도로 급히 달려 열흘 만에 초나라를 찾아와 먼저 공수반을 찾아갔다. 묵자의 목적은 전쟁을 막는 것이었다.
묵자는 공수반에게 “북쪽 지방에 사는 어떤 사람이 나를 귀찮게 하는데, 당신이 그를 없애 주면 천금을 드리지요”라고 말했다. 이에 공수반은 “나는 의기가 있는 사람이라서 남을 죽이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공수반의 말이 끝나자마자 묵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듣자하니 당신이 구름 사다리를 만들어 송나라를 공격하려 한다던데 송나라가 무슨 죄를 지었나요? 땅과 백성이 남아돌 정도로 많으면서 땅도 좁고 백성도 적은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어질지 못한 일입니다. 더구나 죄 없는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어질지 못합니다. (중략) 당신은 한 사람도 죽이지 못한다면서 왜 많은 송나라 사람을 죽이려 합니까?”라고 설득했다.
공수반은 묵자의 말에 수긍했지만 혜왕의 뜻을 어길 수 없었기에 묵자를 혜왕에게 데리고 갔다. 혜왕을 만난 묵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좋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남이 가진 보잘 것 없는 것을 훔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떤 사람이겠습니까?”라고 물었다.
혜왕은 “도벽이 있는 사람이겠지요”라고 답했다. 묵자는 곧바로 “제가 보기에 넉넉하고 풍요로운 초나라가 가난하고 약한 송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도벽과 다를 바 없습니다. 더구나 임금께서는 비난만 받게 될 뿐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혜왕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운제만 있으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에 묵자는 갑자기 몸에서 허리띠를 풀어 땅에 원형으로 둘러놓고 그것을 성으로 삼았다. 이어 나무토막 몇 개를 가져다가 공성 도구로 삼아, 공수반한테 성을 공격해보라고 했다.
묵자는 공수반이 방법을 바꿔 성을 공격할 때마다 효율적으로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사용해 방어하곤 했다. 이렇게 공수반이 성을 공격하는 방법을 아홉 번이나 바꾸며 자신이 알고 있는 공성법을 모두 다 적용해봤지만 묵자를 이길 수 없었다. 이를 지켜본 혜왕은 결국 전쟁을 포기했다. 묵자의 지혜가 전쟁의 참화를 막은 것이다.
요즘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어수선하다. 미·중 간의 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한반도에 전쟁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묵자와 같은 현자(賢者)가 있다면 평화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