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갑 국회의원. 한나라당 3선인 그가 1월3일 정계은퇴 회견을 가졌다. 72세의 나이지만 지역구인 경남 밀양·창녕에서는 4선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가 “3선은 국회의원에게는 환갑이 아닌가 생각한다. 12년은 짧은 세월이 아니다. 한 지역에서 20∼30년 하면 아무리 의정활동 잘해도 주민들이 지루하게 생각한다”며 홀연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전두환 5공 때 안기부 기조실장과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을, 노태우 6공 때는 총무처 장관을 거쳐 96년 제15대 총선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그동안 앞장서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해왔고, 김대중 정부를 ‘조선노동당 2중대’로 몰아붙이고, 광주 해방구 발언 등을 내뱉어 ‘원조보수’ ‘꼴보수’ 등의 비판도 샀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12년 동안 국회활동을 통해 국가안보와 국가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선봉에서 싸웠다”며 “좌파정권이 퇴진하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가 나라를 이끌게 돼 안심하고 물러갈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진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문희상 국회의원. 역시 3선의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인 그는 제18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1월2일 선관위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김용갑 의원보다는 9살이 적은 63세지만, 그의 정치경력은 화려하다.
87년, 김대중 대통령 후보 청년조직인 민주연합청년동지회 회장에 재취임하면서 DJ와 인연을 맺은 그는 제14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민주당 총재 비서실장을 맡았다. 이후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과 국정원 기조실장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는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뒤이어 열린우리당이 창당되자 동고동락하던 민주당과 결별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의장까지 역임했다. 그동안 그는 ‘평화·개혁·미래·단결·민주·통일’과 ‘정치적 지조’ 등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최근 나온 의정보고서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사진이 단 한장도 없고, 당 로고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97년 DJ가 당선되자 “평생의 소망인 정권교체로 아무런 여한이 없다. 나머지 생은 ‘덤’이다”라고 감격했다. 시간은 흘러 2002년과 2007년 대선이 지나갔다. 지금은 열린우리당이 해체되고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로 의정부갑구에 등록했다. 4선을 엿보기 위해서다. 문희상은 의정부가 낳은 걸출한 정치인임엔 틀림이 없다. 김용갑보다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