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대표되는 수식어가 있다. 신사의 나라 영국, 자유의 나라 미국, 문화의 나라 프랑스, 그리고 선비의 나라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선비정신을 중요시했다. 선비정신 중 제일 중요한 덕목은 청렴, 결백, 안빈(安貧) 등이었다. 여기서 청렴이란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며 재물 따위를 탐하는 마음이 없다는 뜻으로 우리 선조들께서는 제일 덕목으로 삼으셨다.
임진왜란 때 혁혁한 공을 세우신 이항복 선생은 1613년(광해군 5년) 가을에 이이첨 등 북인의 공격을 받고 정계에서 물러나 서울 북쪽 노원촌으로 퇴거했는데, 공신(功臣)에 봉해지고 영의정까지 오른 그의 거처는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두실(斗室)에 불과했다.
그러한 처지에도 그는 편안하게 경전에 침잠하여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짚신에 지팡이를 짚고 산과 물가를 노닐면서, 때로 흥이 나면 노새에 몸을 싣고 동자 하나 앞세워 아름다운 산수를 찾아 나섰다. 그를 보는 사람들은 단지 시골 노인으로만 알았지 그 유명한 오성대감인 줄을 몰랐다고 한다.
백사(白沙)라는 호처럼 깨끗한 모래 한 알로 평생을 산 이항복의 일생은 선비정신의 구현이자 인간승리의 표상이었다. 공신 자리에 오르고 영의정까지 지낸 사람이 청백리에 녹선된 사실 자체가 그의 극기를 대변해준다.
청렴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청광(淸狂)의 상태도 되지 않고 해학과 웃음 속에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조선 왕조 최대의 위기상황이던 임진왜란을 슬기롭게 대응하고 국난을 극복한 사람이 이항복이었다.
선조의 즉위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기회를 포착하여 시대를 변혁하는 사림의 대열에 동참, 국난을 극복하고 한 시대의 나침반을 돌려놓는 개혁의 주도 인물이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께서는 청빈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지금 우리 공무원의 청렴의무는 국가공무원법 제61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53조에 잘 나와 있다.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하여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례·증여 또는 향응을 주거나 받을 수 없으며, 직무상 관계가 있던 없던 그 소속 상관(상사)에게 증여하거나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증여를 받아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직무 관련성이란 공무원이 직무의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그 직무행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우 및 사실상 관리하는 직무행위도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며, 영득의사가 있는 한 금품을 수수한 후 이를 반환하였다 하더라도 청렴의무 위반에는 영향이 없으며, 또한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금품을 요구하여 그 대가로 직무와 관련된 불법적인 이익을 줄 것을 제안한 경우에는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청렴의무 위반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직무와 관련없는 금품수수는 청렴의무 위반은 아니지만 성실의무,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
우리 공직자들은 돈의 유혹 등을 많이 받겠지만 위 내용을 안팎으로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의 척도로 계급화되어 가고 있다지만 위대한 우리 조상의 선비정신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 청렴은 우리 공직자에게 반드시 지켜야 할 아름다운 덕목이다. 청렴한 공직생활로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일꾼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