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은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할 수 있는 묘한 존재다. 극심한 생활고에 따른 자살자도 있는 반면, 올바른 재물관으로 대대로 존경받고 살아가는 집안도 있다.
예로부터 영남에서 제일 부자로 존경받던 가문은 경주 최 부잣집이다. 이 가문은 평상시 ‘1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한다’와 ‘흉년에는 논을 사지 않는다’는 ‘부의 원칙’을 갖고 살아왔다.
최 부잣집이 이런 원칙을 세우게 된 데는 한 고승의 가르침이 있었다고 한다. 그 고승은 “재물은 퇴비와 같아서 한 군데 쌓아놓으면 썩어서 냄새가 나고, 여러 군데로 뿌리면 곡식을 살리는 거름이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를 들은 최 부잣집은 고승의 말씀을 금과옥조로 삼아 실천에 옮겼고, 대대로 존경받는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요즘 ‘홍만표’라는 이름이 세상을 떠들썩거리게 만들었다. 홍씨는 명성 있는 변호사로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50억원 수임료 분쟁’으로 촉발된 법조비리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홍 변호사는 검찰의 특수부 검사로 명성을 떨쳤던 인물이다. 그의 매서운 칼날에 걸린 사건들만 나열해도 대한민국을 몇 번 뒤흔들 정도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YS의 차남 현철씨가 연루된 한보그룹 비리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촉발한 ‘박연차 게이트’ 등을 다뤘던 전문 특수통이다.
하지만 이제 그도 검찰의 칼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돈이 문제였다. 검찰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형사처벌은 불가피한 모양이다. 인생의 성공은 결국 장례식장에서 관 두껑 덮을 때 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재물을 구린내 나는 퇴비로 만들지, 거름으로 만들지 여부는 다 사람 마음먹기 나름이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