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날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지만 미발굴 독립유공자 가족들의 울분소리도 멈추지 않는다. 애통한 현실을 정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아직도 미발굴 독립유공자 자손들이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선 안된다.
민족운동인 3.1절 89주년을 맞아 여기저기서 행사소리가 들리지만 문제는 많이 남아있다.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친일문제가 청산됐으며, 3.1정신 계승과 과거사는 제대로 정리됐는가. 대충 덮어놓고 잘해보자는 식의 과거사 정리는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무슨 다른 의미가 있겠는가? 3.1절은 우리나라의 4대 국경일 중 하나로 민족의 암흑기인 일제 강점기에 나라의 주권을 되찾기 위한 나라 잃은 국민들의 민중봉기를 일으킨 것을 기념한다.
민족의 암흑기나 해방 이후 현재까지 독립운동가 자손들의 상당수가 배움의 길에서 멀어진지 오래고 가난 때문에 먹고 사는 일에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다. 일제하에서는 독립운동가의 가족이란 이유로 감시와 멸시 그리고 온갖 천대와 모진박해를 받으며 살아야 했는데 지금도 힘겹게 사는 자손이 많다. 이렇다 보니 조상이나 선조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여유가 없다. 오늘도 자손들이 자료발굴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몇몇 자손들이 조상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거증자료를 찾아 동분서주하지만 관련 자료는 누군가에 의해 없어지거나 6.25전쟁 중에 사라진 경우가 많다. 자손들이 자력으로 찾을 수 있는 자료는 그저 전해오는 말이거나 제정 호적에 형무소 수형기록이 있는 것이 전부인데 해당부처인 국가보훈처에서는 독립유공자임을 인정받아 명예회복을 하고자 하는 후손들에게 상세한 거증자료나 무리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현실이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에 대한 예우를 국가가 마땅히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현실은 그렇지 않다. 3.1절 행사에서 애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위해 묵념하는 게 그들을 위한 전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일회성 겉치레 행사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편히 쉬게 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그리고 시신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영혼들이 눈도 못 감고 구천을 맴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저승에서라도 그들의 자손들이 이렇게 돌보지 않고 있다고 혼령이라도 아시게 된다면 아마도 가슴을 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3.1절이 진정한 민족의 3.1절이 되기 위해서는 3.1정신을 계승하고 친일역사 청산과 독립유공자 발굴이 시급하다. 더불어 해외의 관련자료 수집을 위한 노력도 절실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독립운동가 명예회복과 자손들에 대한 관심이 급선무다. 이제는 정부가 앞장서서 부처간 유기적인 자료발굴을 진행해야 한다. 9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미발굴 독립운동가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
정병기(한국방송대 행정4)/ 국가유공자·미발굴독립유공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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