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당당히 일하는 게 ‘모두의 꿈’
“부족한 복지시설…일자리 많아졌으면”
물위를 떠다니며 사람들의 다리 노릇을 하는 배. 그 배를 만나는 나루터에는 기다림과 꿈, 미래를 향해 전진하려는 욕구가 넘치고 있다. 양주시 삼숭동에도 정신지체장애인들의 힘이 되어 장애인과 사회를 가르는 강을 건너는 나루터가 있다.
(재)천주교한국순교복자수도회의 정신지체장애인 생활시설인 나루터공동체. 매주 주말마다 열리는 카페문을 들어서면 전덕환 원장수사의 플루트 소리가 은은히 흐른다.
“93년에 문을 열 때는 크게 간판 걸 엄두를 못냈습니다. 장애인시설이라면 혐오하고 반대할까봐 은밀하게 시작했지요.”
2001년 장애인생활시설로 인가받아 인건비를 지원받게 됐다.
“열악하지만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장애인 복지에 대한 교육도 가능하게 됐지요. 핸드벨, 도예교실도 열어 1년에 한번씩 전시공연행사 ‘디딤전’을 엽니다.”
어느덧 630평 공간에 생활동, 사무동, 교육동 등 3개 건물을 갖추고 24명의 직원들이 31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을 돕는다.
그 모든 것을 갖추기 위해 장애인 부모들의 도움과 천주교 신자들의 후원, 양주시, SK주식회사의 지원 등이 큰 힘이 됐다. 석천레미콘은 레미콘을, 한신스틸콘은 H빔을, 남선알미늄은 창문 샤시 등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도움을 줬다.
“요즘 주변 시선이 많이 좋아졌어요. 처음에는 가까이 오지 않았는데 이제는 많이들 다가와 주세요.”
지역민들과 다가서기 위해 주말 카페를 열고 1천원대 음료와 직접 구은 쿠키를 판매한다. 이제는 카페에서 계모임이 열리는 등 주변 사람들의 방문도 흔하다. 근처 덕현중학교 여학생들도 와서 봉사활동을 벌인다.
장애인들은 장애 정도에 따라 3개 팀으로 나뉜다. 직업재활팀은 주말 카페에서 서빙을 보고 평일에는 근처 세탁공장에서 정리를 돕는 등 취업 활동을 통해 재활을 훈련받는다.
재활훈련팀은 교육동에서 퇴행을 막기 위한 교육과 함께 사물놀이, 핸드벨 등을 배우고, 놀이치료팀은 발마사지, 얼굴마사지, 운동, 산책 등으로 몸을 돌본다.
모든 것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신발장부터 문을 닫는 걸 잊는 경우를 위해 아래에서 위로 문이 열리게 하고 사진을 붙여 자신의 신발장을 찾게 한다.
나루터공동체는 나무랄 데 없는 장애인들의 천국이지만 입소는 하늘의 별따기다. 우선 정신지체장애 1급 성인(중증장애)과 기초생활수급자이어야 하며,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31명의 정원은 다 찼지만 대기자만 150명이다.
“지역의 복지시설이 부족해요. 양주 등 경기북부가 재개발로 유입인구가 많아질수록 장애인들도 늘어납니다. 지역복지관과 곳곳에 소규모 복지시설이 늘어나야 합니다.”
나루터 원장, 교사들과 원생들의 가장 큰 소원은 일자리다. 목욕탕에서 청소라도 하고 싶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다. 사회로 나가 당당히 일할 수 있는 것이 모두의 꿈이다.
“사우나 대걸레 청소, 갈비집이나 고기집 불판 닦는 것, 수건접기 등 단순 노동은 장애인들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보수를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어울려 살기를, 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