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장흥면 송추 느티나무 삼거리를 지나 깔끔한 아파트 그늘 아래 자리 잡은 낡은 집. 3년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뜬 뒤 텅 빈 집에는 이달순(76) 할머니 혼자 남았다.
“25년간 남의 땅 빌려 농사짓고 무거운 짐 나르다 보니 허리를 상했지. 다행히 땅 임자가 집세를 안받아 여기서 지금껏 살고 있어.”
허리가 아픈지 8년째. ㄱ자로 구부러진 할머니의 허리는 다시는 펴지 못한다. 앉아 있어도 불편한 허리로는 걷기조차 버겁다. 그러나 그 힘든 걸음을 옆에서 잡아줄 ‘손’은 없다.
“허리가 이래서 일을 못하니 벌어먹지를 못해. 가만있어도 아파. 의사 말로는 척추가 튀어나왔데. 수술하면 허리를 펼 수 있지만 아픈 건 못 고친데. 아픈 것만 없었으면 좋겠어.”
허리만 아니라 가슴도 아프다. 심장이 좋지 않아 아프면 피가 한 종지씩 나온다고 한다. 의정부성모병원을 다니지만 약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유일한 동기인 친언니와 연락을 주고받는다. 자식이 없는 할머니에게는 금쪽같은 일가족이겠지만 그것만으로 가슴 빈 구석을 채울 수는 없다. 근처 교회 목사님이 차로 병원을 데려다주고, 낡은 집에 외풍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에 비닐을 덧대는 등 도와주지만 아파트가 들어서며 예전에 알던 사람들도 떠났다.
아픈 몸으로 혼자 살면서 매 끼니 때우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은 가끔씩 예상치 않은 곳에서 찾아온다.
“적십자에서 김치·반찬 같은 거 조금씩 보내 주고, 전기공사에서 허리 아픈 것 알고 앉아서 설거지 할 수 있게 부엌 바닥에 싱크대를 만들어줬어.” 작은 배려도 큰 고마움이다.
떠나는 기자의 손을 부여잡는 할머니의 차가운 손. 그 손에는 반찬과 약값도 중요하지만 정작 온기가 더 필요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