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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향해 울어 천지개벽 알린 닭
기획/정유년(丁酉年), 우리 설화 속 10면(面) 10색(色)
  2017-01-03 11:28:06 입력


#살아있는 우리 창세신화

이제 하늘과 땅이 갈라지니,
하늘로 이제는 위로
천황(天皇)닭이 목을 들어 울고,
지황(地皇)닭은 날개를 들어 울고,
인황(人皇)닭은 이제 꼬꼬 꼬끼오 꼭꼭.
먼동 금동 대명천지(大明天地)로 밝아가니
동으로 잇몸을 드러내고, 서로는 먹이 들이고
동서남북으로 다 좌우팔방 날개를 드니
이젠 동성 개문(開門) 열렸으니 참 밝아지네.
이젠 해가 둘이 딱 떠오르고,
달이 둘이 떠올랐지.

-제주설화집성 <천지개벽이야기>

위의 이야기는 제주도에 전해지는 무속신화 중 하나로 하늘과 땅이 딱 붙어 아무 것도 없이 조용하기만 하던 세상이 열리는 모습, 즉 창세를 노래하는 <천지개벽이야기>의 일부이다.

우리나라 창세신화, 특히 천지창조는 『조선신가유편(朝鮮神歌遺篇)』에 수록되어 있는 함경북도 함흥의 <창세가>, 제주도 큰 굿의 초감제 <베포도업침>, <천지왕본풀이>와 함흥의 <셍굿>, 오산의 <시루말>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으며, 설문대할망의 제주 탄생설화, 마고할미의 한반도 창조설화도 들 수 있다.

제우스와 헤라클레스로 대표되는 그리스 신화, 오딘과 토르를 세계에 알린 북유럽 신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에게 우리나라에도 창세신화가 있다고 하면 “그래?”하면서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설문대할망과 마고할미는 알고 있으면서, 그 이야기가 창세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이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고유의 문화인 설화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지금도 무관심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과 문화콘텐츠의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지금부터라도 우리 설화를 재탄생시키고, 보다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활성화시켜서 세계신화 반열에 올려놓아야만 한다. 우리 세상이 왜 이승과 저승, 하늘과 지하로 구분되는지 알게 되고, 제우스와 오딘에 맞먹는 천지왕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신화 속의 위대한 짐승 ‘닭’

<천지개벽이야기>를 비롯하여 세상이 처음 열리던 시기의 창세신화를 살펴보면 아주 재미있는 주인공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닭’이다.

세상이 열리는 순간 천황닭은 목을 들고, 지황닭은 날개를 들고, 인황닭은 ‘꼬끼오’라는 소리로 세상이 열린 것을 알리고, 천-지-인을 하나로 이은 천황닭과 지황닭, 인황닭이 동서남북으로 날갯짓을 하자 비로소 세상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신화가 사라진 지금도 굳건히 전승되고 있는 십이지(十二支) 중에서 10번째 동물이 되어, 어둠이 걷히고 새벽을 알리는 상서로운 길조가 되었다. 우리 신화 속에서 이토록 위대한 존재로 두각을 내밀었던 닭의 모습은 십이지처럼 아직도 우리 주위에서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유교에서도 닭은 다섯 가지 덕을 가진 동물로 칭송했다. 아름답게 솟은 닭 벼슬(冠)은 문(文), 날카로운 발톱은 무(武), 적을 앞에 두고 용감히 싸우는 것은 용(勇), 먹이를 보고 무리를 불러 나누는 것은 인(仁), 때를 맞추어 울어 새벽을 알리는 것은 신(信)이라 했다.

십이지 중 유일한 조류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존재로 여겨서 상여에 ‘꼭두닭’을 올렸다. 종묘제례에서 술잔으로 쓰이는 제기(祭器)로 ‘계이(鷄彛)’가 있다. 잔의 겉면에 닭이 새겨져 있는데, 여기에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존재를 통해서 조상신의 도움으로 천하가 편안하기를 염원한다는 뜻이다.


#민담과 전설이 된 닭 이야기

닭은 사람들의 생활에 수없이 등장하면서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는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고전소설 심청전에서 심청이가 팔려가는 날 닭에게 “닭아, 닭아. 울지 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샌다.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는 것은 섧지 않지만, 앞 못 보신 우리 부친 날 새면 이별을 어이하리”라며 한탄한다.
닭이 울어 새벽이 오고, 닭이 울지 않는다고 새벽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가련한 처지를 닭에게 한탄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닭은 우리 설화에서 수많은 형태로 등장한다.

경북 군위에 ‘고목 속의 묵은 닭의 퇴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어느 부잣집 3대가 요괴에게 잡혀가 죽고 딸만 남았다. 한 남자가 하룻밤 신세를 지면서 요괴를 본다. 알고 보니 집안에서 키우던 닭 수백 마리가 집 근처 고목나무 속에 숨어 있었다. 오랫 동안 키운 닭이 요괴로 변해 가족을 모두 죽인 것이었다. 남자가 고추가마로 고목나무 구멍을 막고 불을 지르자 닭들은 매운 고추연기에 질식해서 죽었다. 그러자 매일 찾아오던 요괴가 오지 않았다.

전남 함평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에도 너무 오래 살아 둔갑 능력을 가지게 된 지네와 닭이 있다.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던 지네와 닭은 서로 앙숙인데, 상대방을 죽이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바람에 둘 다 죽는 이야기이다.

경남 함양에서도 너무 오래 키운 닭이 사람으로 변해서 결혼까지 했지만, 호기심 많은 남편 때문에 죽어버렸고, 인천에서는 오랫 동안 키운 닭과 개가 사람으로 변해서 주인을 죽이려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여기서 나오는 것이 ‘계불삼년(鷄不三年), 구불십년(狗不十年)’이다. 닭은 삼년 이상, 개는 십년 이상 키우지 말라는 말인데, 짐승을 집에서 너무 오래 키우면 영물이 되어서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는 이야기이다.

충남 예산과 경남 거제에는 다소 색다른 이야기가 전해진다. 닭을 오래 키우면 구렁이가 된다는 이야기로, 수탉을 오래 키웠는데 하루는 은행나무 밑을 파고 죽어있어서 봤더니 대가리는 구렁이가 되어있고 몸통만 닭이더라는 이야기이다. 닭발이 용발하고 똑같다는 것이 바로 증거라고 제시하는 설화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 평택에는 시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 상문살이 껴서 병이 났는데, 꿈에서 시아버지에게 수탉을 받았고, 그 닭을 죽여 모래사장에 묻어버렸다. 그 꿈을 꾼 이후로 병이 싹 나았다고 한다.

충북 음성에는 공동묘지와 상여집이 있는 산중턱을 버스가 지나려면 닭을 바퀴에 넣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강원도 평창에는 스스로 장작불에 뛰어든 닭을 먹고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 충북 영동은 짐승의 말을 알아듣는 공처가가 장닭 덕분에 아내의 고약한 버릇을 고친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처럼 민담이 흔히 있는 화소와 결합되어 마치 실화처럼 전승되기도 한다.

#닭으로 이루는 흥망성쇠

강원도에 유점사라는 절이 있다. 옛날에 이 절에 스님들이 많이 살았는데, 매일 스님 한 명씩 없어졌다. 어느 날 도인 같은 한 스님이 와서 보더니 닭을 많이 길러야 이런 일이 없어진다고 해서, 절의 스님들은 닭을 수십 마리 사서 풀어놓았다.

아침에 보니 닭 주둥이에 붉은 피가 묻어 있고 주위에 커다란 지네가 죽어 있었다. 그 지네가 그동안 절 지붕 용마루에 있으면서 스님을 잡아먹었던 것이다. 닭이 지네와 상극이라서 닭이 지네를 쪼아서 죽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절은 ‘닭 유(酉)’자를 써서 유점사라고 이름을 고치고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강원도 원주와 인제에는 파명당 전설이 전해진다. 어느 큰 부잣집에 손님이 너무 많이 오니 며느리는 매일 고달프기만 했다. 어느 날 시주 받으러 온 스님에게 그 말을 했더니 집 뒤에 있는 닭 벼슬 모양의 바위를 깨라고 했다. 며느리는 하인을 시켜서 바위를 깼더니 바위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그 집은 망해버렸다고 한다.

충남 홍성 삼봉산은 닭이 알을 품는 형국이라 그 정기를 받아 최영 장군과 충신 성삼문이 태어났다고 하며, 경남 창원 진해에 연도섬이 있는데 바닷가의 닭곶에는 자연 석곽이 있다. 한 집안이 명당을 찾으며 석곽을 열자 닭울음소리가 났다고 한다. 이곳을 무덤으로 쓰자 후손들이 부자가 되고 대성했다고 전해진다.

#가축 ‘닭’의 슬픈 운명

이 달에는 알을 낳고, 새 달에는 새끼 까서
줄줄이 주는 모이, 낱낱이 주워 먹여
남의 밭에 들어간 게
적이라네, 적이라네, 원수 같은 적이라네.
자기 집에 손님 오면, 내 새끼가 대접이요.
자기 자식 병이 나면, 내 새끼가 보신이요.
도마 땅땅 울린 소리, 이 내 간장을 다 녹는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존재로서의 닭이지만, 현실에서 닭은 무척이나 애처롭다. 이것은 전남 영암에서 전해지는 ‘닭노래’인데, 평소에는 무척 한가로워 보이는 풍경이지만 사실상 가축의 시각에서 보는 닭의 심정을 표현한 내용이 참으로 구구절절하다.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명분, 저런 명분을 들어 사람을 위해 목숨을 오롯이 바쳐야 하는 것을 거부조차 하지 못하고 지켜보고만 있는 것이 닭이다.

경남 김해에서 전승되는 내용처럼 “손님이 찾아오면 큰 이를 잡아야지 작은 새끼를 잡느냐”고 항의하기도 하지만, 막을 방법조차 없어 더욱 애통하다.

닭노래 혹은 닭타령으로 불리는 이 노래는 경남 합천, 전남 나주에서도 전해지는데, 경북 경산에서는 위 노래의 앞부분에 “양모비단 겹저고리, 요리공단 깃을 달고 조리공단 고름 달고”라고 닭의 우아한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다.

전승되는 이야기나 사물에서 ‘닭’은 지닌 가치가 뚜렷하고 사유 또한 분명하다. 당대를 그대로 반영하여 구비전승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입에 한 번 오르내리기 시작한 이야기는 막을 방법이 없다. 민담의 시각으로 볼 때, 오늘날 상징으로서의 ‘닭’은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전파되고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다. 참으로 애석할 따름이다.

2017-01-03 11:43:48 수정 이재희 기자(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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