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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2006-07-07 13:34:00 입력

어린왕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여우는 말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각종 매스컴에서 보여주는 세계 곳곳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6월의 지구는 마치 월드컵을 향한 전 세계인들의 열정으로 녹아내릴 것만 같다. 이런 월드컵은 세계인이 하나 되는 화합과 교류의 장으로 일컬어진다. 개최국은 국제적 이미지 제고와 경제적 이득을 얻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여우의 말을 상기해보자. 월드컵을 즐기는 사람들의 신난 모습, 상점에 걸린 붉은 티셔츠, 여러 인종의 아이들이 함께 웃고 있는 공익 광고. 눈에 보이는 것이 월드컵의 전부일까?

사람들은 월드컵을 흔히 ‘지구 전체가 들썩이는 지구촌의 축제’로 여긴다. 이런 생각을 반영하듯 2006 독일 월드컵의 공식 슬로건은 ‘친구가 될 때’다. 전 세계가 함께 친구가 돼 즐긴다는 의미이지만 현실은 아니다.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서는 매체가 필요하다. 매체가 월드컵 경기를 방송하려면 피파(FIFA)에 어마어마한 대가를 지불하고 중계권을 사야 한다. 중계권을 살 돈이 없다면, 매체를 접할 수 없다면,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는 월드컵이다.

더군다나 지난 2002년까지의 월드컵은 제3세계 국가에는 ‘즐길거리’가 아닌 ‘생계수단’이었다. 많은 어린이들이 월드컵에 쓰일 아디다스의 축구공을 꿰맸다. 수작업한 공이 탄력이 있는데다 어린이들의 작은 손은 정교한 박음질에 적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왼 종일 꿰매서 번 14루피(300원)는 우유 1ℓ도 못사는 돈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 현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 전 독일 정부 대변인은 월드컵 흑인 관광객들에게 시내 중심가에는 다니지 말 것을 경고했다. 인종을 차별하는 신나치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고, 더러는 즐길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이 태반인 지구. 월드컵은 마치 평화와 희망이 실현되고 지구촌이 하나되는 축제처럼 포장됐지만, 실상은 소수만 즐길 수 있는, 소수를 위한 대항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편, 월드컵이 모두의 축제인 양 사람들의 관심을 독점하는 가운데 정작 중요한 사안은 묻히는 폐단도 발생하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신문, 잡지, 방송 등에서 월드컵을 주로 다루다보니,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들이 공론화되지 못한 채 묻혀버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2002 한일 월드컵 때 김대중 정부는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확대하는 시도를 했다. 파업은 근로자가 단체행동권 아래에서 행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충분한 의사소통 없이 관련법을 통과시키려 했던 것이다. 동시에 월드컵의 ‘하나됨’을 이용, ‘하나되는 한국, 노사화합을 이룩합시다’라는 공익광고를 내보냈다. 월드컵에 정신을 뺏긴 이 시기야말로 정치인들에게는 평소 추진하기 어려웠던 정책들을 시행할 수 있는 호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은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했던 6월14일보다 하루 앞서 일어난 일이다. 온 국민이 월드컵에 열광할 때 유족들은 영안실에서 슬픔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미국은 SOFA를 운운하며 당당한 입장을 취했지만, 쉬쉬하는 언론과 월드컵의 그늘에 가려 사람들은 이 사태가 발생한 당시에는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후에 공론화됐지만 하마터면 월드컵의 그늘에 가려 조용히 묻힐 뻔한 사건이다.

이는 이번 2006 독일 월드컵도 다르지 않다. 5.31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과 진지한 고찰은 월드컵에 묻혀 흐지부지해졌다. 덕분에 선거에서 대패한 쪽은 그에 대한 괴로운 항변과 반성을 반복해야 하는 고통을 다소 덜게 됐다. 월드컵은 여당에게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무뎌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 셈이다. 이밖에도 6월 첫 협상을 앞둔 한미 FTA, 평택 미군기지, KTX 여승무원 해고 등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토론이 필요한 다양한 문제들이 월드컵으로 인해 주목받지 못한 채 지나갈 위기에 처해 있다.

월드컵을 즐기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월드컵 이면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지윤/전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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