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근찬의 <수난이대>는 일제강점기에서 6.25 전쟁 직후의 격동기를 겪은 박만도 부자의 삶을 통해 민족의 수난과 극복 의지를 그린 소설이다.
아버지 박만도는 일제의 강제징용에 끌려가 다이너마이트 폭발로 한 쪽 팔을 잃는다. 세월이 흘러 아들 진수는 6‧25 전쟁 중 수류탄에 맞아 한 쪽 다리를 잃는다. 한 쪽 팔과 한 쪽 다리를 잃은 두 사람은 외나무다리를 만나자 서로를 의지하며 건너면서 각자의 속마음을 드러낸다.
“만도는 속으로, 이제 새파랗게 젊은 놈이 벌써 이게 무슨 꼴이고. 세상을 잘못 만나서 진수 니 신세도 참 똥이다. 똥. 이런 소리를 주워섬겼고, 아버지의 등에 업힌 진수는 곧장 미안스러운 얼굴을 하며, ‘나까정 이렇게 되다니, 아부지도 참 복도 더럽게 없지, 차라리 내가 죽어 버렸더라면 나았을 껀데…’하고 중얼거렸다.”
박만도 부자의 비극은 곧 우리 민족의 수난의 역사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비극은 두 사람의 인생을 불구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의 팔과 다리를 의지해 외나무다리를 건너게 된다. 이는 우리 민족이 가진 위기극복의 의지를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탄핵 정국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오는 3월이면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두 세력의 세(勢)대결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이든, 기각이든 우리는 이 상황을 기꺼이 수용하고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철천지 원수는 아니다. 박만도 부자처럼 외나무다리라는 위태롭고 힘겨운 고난을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동료가 돼야 한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위기극복은 우리 민족의 저력이 아니던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