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봉건시대에서나 있을법한 박근혜-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를 경험했다. 비선실세들이 대통령을 등에 업고 정부 곳곳에서 인사와 정책을 쥐락펴락하고 국민 혈세를 제 돈 쓰듯 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에 분노한 국민은 세대, 지역, 이념을 초월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과 헌정 파괴 그리고 땅에 떨어진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기 위해 국민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촛불을 밝혔다. 촛불의 염원은 박근혜 탄핵과 함께 겹겹이 쌓여온 적폐청산이었다. 지난해 10월29일 시작된 광장의 촛불은 탄핵 인용으로 일단락됐다.
한편, 탄핵 판결일이 가까워지면서 탄핵 반대집회는 극에 이르며 폭력성까지 보였다. 마치 대한민국이 탄핵 찬성과 반대세력으로 양분되면서 탄핵 반대세력이 더 커져가고 있다는 착각까지 일으켰다.
그리고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있었다. 주목할 것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도 촛불 민심과 같이 보수, 진보의 성향을 떠나 전원 일치된 탄핵 인용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 절대 다수인 86.2%가 파면 선고를 지지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3월13일 퇴임사에서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것”이라며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했다. 탄핵을 둘러싼 갈등에서 벗어나 화합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탄핵 사유 외에도 대한민국을 총체적 위기에 빠뜨렸다. 남북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선거 이전에 사드 배치를 번복하지 못 하도록 조기 배치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가뜩이나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해오는 중국의 보복이 더욱 거세졌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통상 압력과 내수 부진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마땅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재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렬한 반성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했어야 한다. 그래야 그동안 들끓었던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국민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진정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서울 삼성동 집 앞 골목길에서 “시간이 걸려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헌재 결정에 사실상 불복 선언과 다름없는 표현을 했다. 더구나 친박, 진박 인사라 할 수 있는 의원들과 함께 사저정치를 할 태세는 국민을 더욱 더 우려스럽게 만드는 부분이다.
우리는 촛불 민심의 요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촛불 민심의 요체는 적폐청산이다. 그리고 3월 10일 헌재의 탄핵 판결 이후의 과제는 국민통합이다.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산적한 외교, 안보, 경제, 사회 문제를 헤쳐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탄핵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살맛 나는 공정한 대한민국을 향한 대장정에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야 한다. 탄핵 찬성, 반대를 떠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